독도 표기, 징용 배상 등 한·일 갈등 ‘산 넘어 산’…정치권이 반일·혐한 부채질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03 00:22

업데이트 2021.07.03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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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호 10면

[SPECIAL REPORT]
최악의 한·일 관계 돌파구는?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오른쪽 둘째와 첫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운데 줄 맨 왼쪽) 등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오른쪽 둘째와 첫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운데 줄 맨 왼쪽) 등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이다.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965년 양국 국교 정상화 이후 가장 나쁘다는 게 양국 외교가의 공통된 진단이다. 관계 회복을 위한 모멘텀이 될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이후 중단됐다.

정상회담 2019년 12월 이후 스톱
65년 국교 정상화 뒤 최악 치달아

한국 “일, 과거 반성 정신에 역행”
모테기 “한국이 골대 움직여” 역공

중국 견제, 대북 정책 엇갈린 접근
한·미·일 삼각 협력 파열음 우려도

일본은 현재 상황에선 정상회담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에 한국 정부가 먼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면서다. 이에 더해 2015년 위안부 합의도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한국 정부가 골대를 움직이고 있다”며 한국에 책임을 돌렸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과거에 표명했던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역행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도쿄 올림픽 홈페이지의 독도 표기 논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공방, 중국 견제와 대북 정책에서의 입장 차이 등이 겹치면서 양국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외교가에서는 “그러잖아도 평행선을 달리던 한·일 관계에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산 넘어 산’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左), 스가 요시히데 총리(右)

문재인 대통령(左), 스가 요시히데 총리(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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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배상 판결=최근 한·일 갈등 중에서 가장 첨예한 사안이다. 국내에서도 법원 판결이 뒤집히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7일 서울중앙지법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했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됐다면서다.

이는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과 배치된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제철이 원고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며 징용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의 ‘반란’으로 이 사안은 다시 소송전에 돌입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이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위안부 문제 및 역사 왜곡=양국 간 뿌리 깊은 갈등의 근원이다. 일본 문부성은 최근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보다는 ‘위안부’가 적절하다며 교과서 내용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종군’이란 표현이 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종군 위안부가 갖고 있는 불법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다. 반면 1993년 고노 담화는 ‘종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적시하고 있다. 담화는 “위안소는 당시 군 당국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며 일본군의 책임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양국 간 대립도 현재 진행형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국제법적인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종군 위안부는 인권 문제”라며 진심이 담긴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엔 위안부 손해배상을 둘러싼 국내 법원 판결까지 엇갈리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올 1월과 4월 별개의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각각 원고 승소와 소송 각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지금의 관계 악화는 그동안의 불신이 하나둘 쌓여 만들어진 것”이라며 “하지만 스가 정부는 도쿄 올림픽과 자민당 총재 선거 등을 앞두고 한·일 관계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보니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도쿄 올림픽 홈피 독도 표기=독도가 도쿄 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등장하면서 한·일 관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성화 봉송 코스를 소개하면서 독도를 일본 영토처럼 표기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수정을 요구했지만 거부됐다.

오히려 가토 관방장관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거나 국제법상 명백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그러자 국내 일각에선 도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외교부는 “(독도 문제로 인해) 도쿄 올림픽 불참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를 둘러싼 양국 간 대립과 논란은 올림픽 개막 때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폭발한 후쿠시마 원전은 일본과 주변국 사이의 또 다른 불씨다. 지난달 말에도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도쿄 올림픽 선수촌에 후쿠시마산 광어와 가다랑어·무지개송어 등 수산물을 공급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을 후쿠시마산 식품의 안전성을 적극 홍보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제한하고 있는 주변국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미 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던 터였다. 외교부도 “주변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는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방류 설비 공사를 마치는 2023년부터 본격적인 방류에 나설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견제 및 대북 정책=한·일 양국은 동북아 외교에서도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가 정부는 전임 아베 정부의 뒤를 이어 미국의 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쿼드(Quad) 핵심 멤버로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변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에 비해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쿼드 참여 등에 신중한 입장이다.

대북 정책에서도 한국과 일본은 사뭇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며 대북 강경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 정권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제재 완화 등 당근 제시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한국 정부와는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한·일 외교 전략의 이 같은 불일치가 한·미·일 동북아 삼각 협력 구도에 미묘한 파열음을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정환 서울대 교수는 “한·일 정치권이 반일·혐한 등 서로에 대한 악감정을 부채질하는 경향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양국이 정치와 외교를 분리해 실리를 추구하는 정책을 펴나가야 관계 개선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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