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산업용·냉방용 전력수요 급증, 한국도 8년 만에 위기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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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여름 폭염과 산업활동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망했다. 하지만 전력공급 예비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8년 만에 전력 위기 경보를 발령할 가능성이 있다고 산업부는 관측했다.

7월 넷째주 전력예비율 4% 전망 #3% 아래로 떨어지면 전력 대란 #정부, 추가 예비자원 확보에 총력

산업부는 1일 김부겸 총리가 주재한 현안 조정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기준전망’ 90.9GW, ‘상한전망’ 94.4GW로 제시했다.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올여름 상한전망은 역대 최고였던 2018년(92.5GW)을 뛰어넘는 수치다. 당시 111년 만의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했다. 산업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경기가 회복하면서 올여름 산업용 전력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냉방기기 가동을 위한 전력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는 올여름 피크(정점) 시기의 전력 공급능력은 99.2GW로 예상했다. 지난해(98GW)와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최대 전력 수요가 발생하는 시기는 다음달 둘째 주, 전력 예비력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시기는 이달 넷째 주가 될 것으로 산업부는 전망했다.

산업부는 이달 넷째 주 전력 예비율이 4.2%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능력(97.2GW)에서 최대 전력수요(93.2GW)를 뺀 예비력이 4GW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전력 예비력은 2012년(2.8GW)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아질 수 있다. 다음달 둘째 주 전력 공급능력은 99.2GW, 최대 전력수요는 94.4GW로 전망했다. 이 경우 전력 예비력은 4.8GW(예비율 5.1%)까지 내려갈 수 있다. 에너지 업계에선 올해 전력 예비율이 3%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력 대란’ 같은 돌발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전력 예비력이 5.5GW 밑으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를 발령한다. 1단계는 준비(5.5GW 미만), 2단계는 관심(4.5GW 미만), 3단계는 주의(3.5GW 미만), 4단계는 경계(2.5GW 미만), 5단계는 심각(1.5GW 미만)으로 구분한다. 정부는 단계별로 비상 대책을 시행한다.

산업부 예상대로라면 올해는 전력수급 비상단계로 2단계(관심)를 발령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2013년 8월 이후 처음 전력수급 비상단계를 발령하는 게 된다. 산업부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추가 예비자원(8.8GW)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전력 수요를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도 여름철 휴가 분산, 냉방기 순차 운영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업부는 순환정전이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과거보다 상한전망 예비율이 낮고 여러 변동성이 있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전력 예비율이 4% 아래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전력 공급은 신고리 4호기(울산 울주군 원자력발전소) 화재로 인한 정비 등의 영향을 받았다. 현재 고장·정지 중인 발전소의 정비를 예정대로 완료하면 전력 공급 능력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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