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적 기구' 만들자더니…'정권 인사 과반' 국가교육위법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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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가 지난달 30 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사위 전체회의 중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편의 국민의힘 법사위원 자리가 비어있다. 오종택 기자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가 지난달 30 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사위 전체회의 중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편의 국민의힘 법사위원 자리가 비어있다. 오종택 기자

정부·여당이 위원 과반을 임명하는 국가교육위원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권에 따라 바뀌지 않는 교육 정책을 만들기 위한 기구로 논의됐지만, 결국 정부·여당의 입김을 받는 기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교육부는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가교육위법)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국가교육위는 준비를 거쳐 법률 공포 1년 후인 내년 7월 출범한다. 교육부는 출범 준비단을 꾸리고 시행령 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교육위는 출범 후 장기적 관점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한다. 교육부는 위원회가 결정한 정책 방향에 맞는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축소된다. 초·중등 교육은 시도교육청으로 이관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교육 등을 맡는다.

'초당적 교육 기구' 구상…정권 인사가 과반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 처리후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 처리후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국가교육위는 정권에 따라 교육 정책이 뒤집어지는 폐단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2000년대 초부터 논의됐다. 초당파적 기구를 꾸려 5년마다 이뤄지는 정권 변화의 영향을 줄이자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정권 인사의 참여는 줄이고, 학생·학부모·교사 대표자를 넣자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국회 통과 과정에서 여당은 정부·여당이 추천하는 위원의 몫을 절반 이상으로 늘렸다. 국가교육위원 21명 가운데 대통령이 5명을 지명하고, 국회가 총 9명을 추천한다. 교육부 차관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국회 다수를 여당이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여당 추천 위원만으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야당에서 국가교육위가 정권에 기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지만, 여당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이 법사위 회의 시작 42분 전에 야당에 회의 일정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나타난 국민의힘 의원들이 '날치기'라며 항의했지만, 법사위 통과는 막지 못했다.

"정권교육위원회 전락"…정의당도 비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일 국가교육위법 통과 직후 성명문을 내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아니라 정권교육위원회"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 자문기구로 전락해 정파를 초월한 교육위원회의 의미가 사라졌다"며 "정권에 따라 존폐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교원단체뿐 아니라 정의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법률상 '짝퉁'(가짜) 독립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놓고 중립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권 입맛대로 움직이며 교육자치와 충돌하며 교육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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