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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에 "마음에 든다" 카톡한 교사···法 "정직도 가볍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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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고사장 감독관 업무를 맡던 중 ‘마음에 든다’는 이유에서 업무상 알게 된 연락처로 수험생에 연락한 교사에 대해 정직 징계 처분이 내려진 것은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안종화)는 교사 A씨가 “정직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관할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수능 시험 고사장 감독관 업무를 맡았다. 그는 자신이 감독한 고사장에 있던 당시 수험생 30대 B씨에게 ‘마음에 든다’는 취지로 사적으로 연락했다. A씨는 응시원서와 수험표 등을 통해 B씨 연락처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교육감에 이를 신고했고, 교육감은 관할교육청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에 A씨에 대한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징계위원회는 지난해 3월 A씨에 대해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거쳐 소송을 냈다.

A씨는 “수능시험 감독을 하면서 B씨 연락처를 알게 된 게 아니라 그 이전에 B씨를 우연히 봤다”며 “순수한 호감을 전달하기 위해 한 행동으로,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자마자 연락을 중단했다”고 강조했다. 또 “언론에선 고등학생에 연락한 것처럼 보도됐으나 실제 B씨는 30대”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수능시험 감독 과정에서 알게 된 B씨 인적사항을 이용해 사적인 연락을 취함으로써 교육공무원으로서의 비밀 엄수의 의무 및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징계 처분 사유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B씨를 알게 된 경위 및 연락처를 알게 된 경위 등에 대해서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며 “A씨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수능 시험 감독이라는 국가업무를 수행하는 감독관의 지위에서 수험생의 인적사항을 안 A씨가 자신의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중대한 비위 행위임이 명백하며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A씨가 입게 되는 신분상 불이익 등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정직) 징계 처분은 오히려 가볍다”며 “A씨의 비위 행위의 경위 및 경과 등에 비춰보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A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유죄가 인정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상고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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