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EU 갈라치기…중립국 핀란드에 "특별한 역할 부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서 핀란드의 ‘독특한’(unique) 역할을 당부했다고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전했다.

中 17년간 핀란드 최대 아시아 교역국임을 강조 #모리슨 호주 총리는 "호주-뉴질랜드 이간질 말라"

지난해 3월 23일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일대일로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열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지난해 3월 23일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일대일로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열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이에 따르면 시 주석과 니니스퇴 대통령은 지난 21일 저녁 양국 국교 70주년을 기념해 전화 통화를 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중국과 유럽의 관계는 앞으로 나아갔다”며 “관건은 중국과 유럽이 대화와 협력으로 서로의 이익을 지키는 노력이다. 제로섬 관계가 아닌 서로 ‘윈윈’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핀란드가 중국과 유럽의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특별한 작용’을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니니스퇴 대통령은 “지난 70년간 중국과 핀란드의 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며 “중국은 핀란드의 가장 큰 아시아 무역 파트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함께 협력했고,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 2012년부터 재임 중이다. [핀란드 정부 제공=연합뉴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 2012년부터 재임 중이다. [핀란드 정부 제공=연합뉴스]

이번 대담에 대해 SCMP는 “시 주석의 이런 당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맞서기 위해 유럽의 의견을 결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라며 “중국으로선 핀란드가 오랫동안 중립국의 전통을 유지한 만큼 EU와의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평가한다”고 전했다.

딩이판 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세계발전연구원도 “핀란드는 냉전 시대 이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핀란드의 오랜 중립적 입장을 고려할 때 EU가 중국에 대한 다소 극단적인 조치를 했을 때 그다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유럽 국가를 끌어들여 중국에 대응하려 하고 있지만 핀란드가 미국 캠프에 참여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또 이날 시 주석은 중국과 핀란드의 경제 협력 규모를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은 핀란드와의 협력을 통해 양국의 상호 보완적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양국간 무역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70억 달러(약 7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 17년 동안 중국은 핀란드의 아시아 최대 수출국이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앞서 중국이 호주와 뉴질랜드를 놓고 틈 벌리기 전략을 구사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뉴질랜드 퀸스타운에서 회담을 가진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호주와 뉴질랜드의 관계를 벌려놓으려는 시도를 그쳐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 메시지를 중국에 보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달 31일 "캔버라(호주)와 웰링턴(뉴질랜드) 사이 안보 협력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있다"며 "그들의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달 31일 "캔버라(호주)와 웰링턴(뉴질랜드) 사이 안보 협력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있다"며 "그들의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모리슨 총리는 “안보 협력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있다”며 “그들의 이러한 시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직접 호명하진 않았지만, ‘여기서 멀리 떨어진’(far from here)이라는 표현을 통해 중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전한 것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질랜드가 지난 3월 WHO의 코로나19 기원 조사 결과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14개국 공동성명에서 빠지는 등 중국에 호의적이면서, 인권에 대한 우려보다 경제적 고려를 우선시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SCMP는 “핀란드는 유엔 인권특별이사회에서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공동 성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드는 국제뉴스

알고 싶은 국제뉴스가 있으신가요?

알리고 싶은 지구촌 소식이 있으시다고요?
중앙일보 국제팀에 보내주시면 저희가 전하겠습니다.
- 참여 : jgloba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