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앞에 선 '이대남 팬덤'이준석…"성별 따른 보정 안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공정한 경쟁을 하면 여성이나 젊은 세대가 전혀 불리함 없이 경쟁할 수 있다”며 “성별이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기 여성정치아카데미 입학식에 참석해서다. 2030 세대 남성들에게서 인기가 높은 이 대표가 여성 정치 지망생들 앞에서 어떤 얘기를 꺼낼지가 이날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그는 이 자리에서 정치 입문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이 대표는 “2012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를 비상대책위원으로 만들었을 때,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라 여성 비례대표를 (전체의) 50% 뽑는다는(공천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그래서 회의에서 ‘왜 70%를 뽑으면 안 되죠?’라고 반문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의원들이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강당에서 열린 제4기 여성정치아카데미 입학식에서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1.6.21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강당에서 열린 제4기 여성정치아카데미 입학식에서 단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1.6.21 오종택 기자

이어 “10년 지나고 당 대표가 되고보니 최고위원 당선자의 75%가 여성이라 데자뷰를 느꼈다”며 “더 이상 우리 당에서도 여성이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조수진ㆍ배현진ㆍ김재원ㆍ정미경 4명으로 김 최고위원을 빼곤 모두 여자다. 이 대표는 “실력에 따라 경쟁하면 어떨 때는 남성 100%, 어떨 때는 여성 100%가 나올 수 있다”며 “그게 이상하지 않도록 여기 계신 분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대변인을 선출하는) 토론배틀’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청년·여성 할당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경쟁자들로부터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비공개 특강에서도 이 대표는 “성별에 따라 결과를 보정하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여성 할당제를 폐지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 대표가 충분히 설명을 한 터라 특별히 반박하는 참석자는 없었다”며 “오히려 이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자 박수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공약 중 하나인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에 대해서는 “많이 어렵냐”는 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는 ‘예를 들어 헌법학자인 정종섭 전 국민의힘 의원이 헌법에 대해 강의한 동영상 자료를 배포한 뒤, 그 영상 내에서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식으로 하겠다. 어려운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