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공정한 경쟁을 하면 여성이나 젊은 세대가 전혀 불리함 없이 경쟁할 수 있다”며 “성별이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4기 여성정치아카데미 입학식에 참석해서다. 2030 세대 남성들에게서 인기가 높은 이 대표가 여성 정치 지망생들 앞에서 어떤 얘기를 꺼낼지가 이날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그는 이 자리에서 정치 입문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이 대표는 “2012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를 비상대책위원으로 만들었을 때, 정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라 여성 비례대표를 (전체의) 50% 뽑는다는(공천한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그래서 회의에서 ‘왜 70%를 뽑으면 안 되죠?’라고 반문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의원들이 황당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지나고 당 대표가 되고보니 최고위원 당선자의 75%가 여성이라 데자뷰를 느꼈다”며 “더 이상 우리 당에서도 여성이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과”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조수진ㆍ배현진ㆍ김재원ㆍ정미경 4명으로 김 최고위원을 빼곤 모두 여자다. 이 대표는 “실력에 따라 경쟁하면 어떨 때는 남성 100%, 어떨 때는 여성 100%가 나올 수 있다”며 “그게 이상하지 않도록 여기 계신 분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대변인을 선출하는) 토론배틀’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청년·여성 할당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경쟁자들로부터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비공개 특강에서도 이 대표는 “성별에 따라 결과를 보정하는 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여성 할당제를 폐지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 대표가 충분히 설명을 한 터라 특별히 반박하는 참석자는 없었다”며 “오히려 이 대표가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자 박수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공약 중 하나인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에 대해서는 “많이 어렵냐”는 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는 ‘예를 들어 헌법학자인 정종섭 전 국민의힘 의원이 헌법에 대해 강의한 동영상 자료를 배포한 뒤, 그 영상 내에서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식으로 하겠다. 어려운 방식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