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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윤석열, 8월 넘어서도 입당 고민하면 정치 못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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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쟁과 능력주의와 자신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관통하는 세가지 키워드다. 이 대표는 20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경쟁의 치열함에 매료돼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겼다”, “능력주의의 대안은 없다”, “이준석 효과로 제3지대라는 옵션은 많이 지워졌다”와 같은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선 “8월까지도 고민을 못 마치면 정치를 못 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상왕 정치’를 할 것이란 논란에 대해선 “상왕 노릇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을 열진 않는다”고 잘랐다.

취임 일주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제 당에 새로운 리더십 들어서 #제3지대나 다른 옵션 많이 지워져 #김종인, 선대위 상임위원장은 해야 #상왕노릇 할 공간은 열지 않을 것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재명 유력 #비주류라 곁에 최고인재는 없는 듯”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조금 넘게 국회 본청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수권정당의 대표로서 쉴 틈 없이 쏟아지는 일정과 업무 때문에 눈에 다크써클이 짙었다. 하지만 질문을 던질 때마다 답은 빨랐고, 주저함은 없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

이 대표가 보는 ‘이준석 바람’의 원인은 뭔가.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평가만 하지 말고 방법론을 얘기하라는 기류를 탄 게 컸다. 조국 사태 이후 많은 사람이 공정을 강조했지만, 방법은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다. 나는 ‘공정한 경쟁’이란 키워드를 꽂았다.
경쟁과 능력주의를 강조하는데, 이 대표가 주장한 선출직 공무원 자격시험에 대해선 당내 반발도 크다.
국민 세금을 받고 일하려면 기본적인 자료 해석 능력은 필요하다. 공천심사관리위에서 도덕성과 능력을 본다는데, 며칠 동안 3000명의 후보를 어떻게 다 검증하나. 안 되는 걸 지금까지 했다고 거짓말한 거다. 능력주의의 대안은 뭔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논객으로 성공한 건 서울대 미학과를 나온 학벌 때문인가 능력 때문인가. 논리적이고 들을 만한 얘기하는 능력이 있어서다. 능력주의를 비판하는 대다수는 자기모순에 빠져있다.
여성 할당제 폐지 같은 갈등 이슈에서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게 대선판에서 불리할 거란 우려도 있다.
프레임 씌우기에 강하게 반대한다. 특정 이슈를 건드렸을 때 혐오 딱지를 붙이는 것은 사회적 논의를 앞으로 못 나가게 하는 것이다. 72.5%의 표심(방송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오세훈 후보 지지율)이 몰릴 정도로 응축돼있었으면 누군가 고름을 빼야 했다. 그런데 상대는 이준석 때리기만 하다 나를 큰 인물로 만들었다. 대표가 튀는 게 불리하다? 큰 흐름의 전환기라고 본다. 타협할 것도 아니다.

이처럼 이 대표는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당내 여러 우려에 대해서 그는 “방식이 바뀌면 사람도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갈이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사람이 자기 색깔을 잃어버리면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내가 윤 전 총장에게 ‘탄핵 찬성 입장 그대로 당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20일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열린 “강남역 모여라”행사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이행사에서 이대표는 2시간동안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임현동 기자

20일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열린 “강남역 모여라”행사에 참석한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실 주최로 열린 이행사에서 이대표는 2시간동안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임현동 기자

대선은 국민의힘이 이길 거라 보나.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과 오세훈이라는 훌륭한 주자가 경쟁하고, 밖에서도 안철수란 아주 훌륭한 주자와 경쟁하다 보니 그 치열함에 매료된 것이다. 혹시라도 경쟁을 피하려는 대선 주자가 있다면 유권자들이 굉장히 안 좋게 볼 거다. 대표 경선 때 많은 이들이 이른바 ‘침대 축구’를 하라더라. 하지만 나는 광주에 가서 5ㆍ18 얘기하고 대구에서 탄핵 얘기하며 정면 대결했고 지지율이 올랐다. 국민은 대선 주자들도 조금 더 박력 있고, 이슈를 피하지 않고, 1등 주자도 침대 축구를 하지 않길 바란다.
윤 전 총장이 침대 축구를 하고 있단 말인가.
사실 그럴 만한 요건도 못 갖췄다. 침대 축구라기보단 정치를 처음 하는 사람이 으레 가질 법한 여러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정치 참여를 계속할 수 있을지, 이번에 나갔다가 망신만 당하는 게 아닌지 하는 고민 말이다.(※나이는 윤 전 총장이 이 대표 보다 25살이나 많지만, 이 대목에서 이 대표가 정치경력 10년차라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윤 전 총장이 버스 안 타도 당 경선버스가 8월엔 출발하나.
한다. 그런데 8월까지라면 윤 전 총장의 어지간한 고민도 끝나 있을 거다. 그때까지 안 끝낸다면 정치를 못 할 거다. 입당 자체는 더 빨리해야 한다. 경선 버스를 막판에 올라탈 필요가 없다.
윤 전 총장은 이동훈 대변인이 사퇴하고, 야권 인사가 X파일 운운하는 등 난관에 부닥친 상황이다. 당이 먼저 도울 때 아닌가.
그래서 공개적으로 대선주자와 접선하는 역할을 원로 정치인에게 맡기기로 했고, 21일 발표한다. (이와 관련해 당 대외협력위원장에 내정된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서울대 법대 형사법학회 2년 후배, 최재형 감사원장은 같은 학회 2년 선배다. 앞으로 자유롭게 두루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오해의 소지를 없애려 내가 그 역할은 안 하기로 했으니. 대선 주자의 당 참여 문제나 그분들에게 어려움 있을 때 역할을 할 분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한 X파일 논란은 어떻게 보나.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군불 지피려다 실패한 걸 야권 인사가 언급한 게 굉장히 안 좋은 모양새다. 다만 별 내용은 없을 거라 본다. 윤 전 총장을 몰아내려는 여권의 시도가 많았는데, 내용이 치명적이라면 지금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활용했을 거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내비쳤다.
말씀하는 톤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공무원이고 그 업무가 문재인 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이라 섣부른 판단은 안 하겠다. 정치를 결심한다면 원로를 통해 안내할 것이다. 사적 인연은 없지만, 최근 분위기 이전부터 최 원장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대목에서 이 대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을 포함한 당 밖의 인사들을 언급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당의 전당대회 전까지는 그분들이 입당 여부를 고민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왔고, 그 리더십이 젊은 세대와 중도층까지 포괄한다면 제3지대나 다른 옵션이 많이 지워진 것 아닌가. 정치 결심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늦어지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오후 국회 국민의힘 당 대표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언제 당으로 모실 건가.
어떤 역할을 하실지 상상력 범주 밖에 있다. 무게감과 실력을 봤을 때, 단독으로 선대위 상임위원장 정도를 하셔야 할 것 같은데, 이건 대선 후보가 판단할 문제다.
이 대표의 이런 평가 때문인지, 상왕 정치 논란이 계속 나온다.
상왕 얘기를 듣기엔, 김 전 위원장이나 유승민 전 의원의 얘기를 내가 잘 안 듣는다. 그분들께 조언 듣고 많이 배운 건 맞지만, 상왕 노릇 할 정도로 공간을 열진 않는다.
민주당에선 누가 대선 후보로 유력할까.
큰 무리 없으면 이재명 경기 지사가 될 거라고 본다. 만약 그랬을 땐, 이 지사가 정의당을 비롯한 다른 군소정당을 흡수 합당해서 문재인의 당이 아닌, 이재명만의 당을 새로 만들려고 할 거다.
국민의힘에 위협적인가.
이 지사 특유의 마이너 본능이 장점이다. 정치적 입김 없이 성장했다는 자신감이 있어 파격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다. 다만, 비주류다 보니 최고의 인재나 전략가가 함께 일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대표 본인과 이미지가 비슷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공교롭게도 여야의 대선 지지율 1위 후보와 내가 전부 ‘0선’이다. 공통점은 사안별로 할 말은 다 한다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기대하는 시선이 꽤 있다. 어떤 얘기를 할 건가.
이철희 정무수석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는데, 장소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 일대일 아니면 격이 없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만나면 꺼낼 화두는 부동산이다. 민주당이 전향적 입장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정치인 이준석의 꿈은 대통령인가.
진급을 꿈꾸지 않는 대령이 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모든 정치인이 그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40세 출마 제한이 사라지는 2027년 대선에 나가나.
전혀 생각 없다. 외교나 안보, 북한 문제에 있어서 관점을 형성하고 탁월한 대안이 있기 전까지는. 굉장히 긴 세월동안 공부를 해야 할 거 같다.

권호ㆍ성지원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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