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76) 백하(白夏)·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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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백하(白夏)·1
백이운(1955∼)
천둥 번개가 찢고 간
조선의 여름 하늘

우리 하느님
하얀
모시적삼

피 배듯
피 배듯 왁자한
쓰르라미
붉은 울음.
-우리시대현대시조100인선 50 ‘슬픔의 한복판’

신(神)이 울었던 그해 여름

흰옷 입은 백성들의 나라 조선의 여름은 희다. 그 여름 하늘을 천둥 번개가 찢고 간다. 1950년 6월 25일. 오! 나의 하느님이시여. 어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얀 모시적삼에 피 배듯 쓰르라미가 왁자하게 붉은 울음을 자지러지게 운다. 그 무서웠던 여름을 절제된 감성으로 그려냈다.

백이운 시인은 ‘흰 여름’을 주제로 한 스물여섯 편의 시조를 썼다. 그 마지막 작품은 이러하다.

조선 낫으로도 끝내 못벤/시간의 성난 머리채/그 머리채에 칭칭 감겨/미지로 간 누가 있나/부러진 만장(輓章)에 기대/신이여, 왜 네가 우나.

만장에 기대 신이 울었던 그해 여름이었다. 우리는 칭칭 감긴 성난 머리채를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우리 시조단에 보기 드문 6·25 소재 연작 시조다.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