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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살아있는 개 목매달고 토치로 태워”…개농장 잔혹사

중앙일보

입력

지난 13일 충북 음성군 한 마을에서 전선에 목이 매달린 개가 몸부림 치고 있다. 사진 위액트 제공

지난 13일 충북 음성군 한 마을에서 전선에 목이 매달린 개가 몸부림 치고 있다. 사진 위액트 제공

충북 음성군의 한 마을에서 개농장 관계자가 살아있는 개를 목매달아 죽이는 일이 발생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지역 주민이 동물구조단체에 신고해 온라인상에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16일 충북 음성경찰서는 지난 13일 이 사건과 관련 동물 학대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법 제8조에 따르면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목격자 A씨에 따르면 13일 해당 개농장 관계자 B씨가 밧줄로 개의 목을 매달아 죽인 후, 토치로 사체를 태웠다. A씨가 촬영한 영상에는 평소 주민들이 지나다니는 개방된 장소에서 개 한 마리가 목이 매달린 채 몸부림치는 모습이 담겼다.

“개 안 먹는다” “무릎 아파서” 말 번복

도살된 개가 들어있던 솥. 뜬장에 있는 다른 개들도 볼 수 있는 곳에서 토치로 태우고 솥에 넣어 끓였다. 사진 위액트 제공

도살된 개가 들어있던 솥. 뜬장에 있는 다른 개들도 볼 수 있는 곳에서 토치로 태우고 솥에 넣어 끓였다. 사진 위액트 제공

제보를 받은 동물구조단체 위액트는 다음날인 14일 영상 속 개를 구출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도살된 개는 솥 안에서 끓고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B씨의 모친이자 개농장 주인인 C씨는 "개소주를 하려고 달인 거다, 나는 개를 먹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다가도 다시 "내가 무릎이 너무 아파서 먹으려고 잡은 거다"라고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위액트와 음성군청 관계자가 찾은 개농장에는 죽은 개를 포함해 총 10마리의 개가 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엔 도끼와 망치, 피 묻은 고무장갑 등이 있었고, 개들이 사는 뜬장 아래로는 농수로가 흘렀다. 음성군청 측은 동물보호법 14조에 근거해 긴급격리 조치로 동물구조단체에 소유권을 이전해 나머지 9마리를 구출할 수 있도록 했다.

위액트 관계자는 “C씨가 (죽은 개는) 다리가 없던 개였는데 힘들고 고통스러워해서 어차피 죽을 개였기 때문에 아들한테 치워달라고 한 것이란 얘기를 했다”며 “그러나 도살당한 개는 영상을 통해서도 네 다리가 멀쩡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한편 구조된 9마리 중 7마리에 대한 검진을 진행한 결과, 5마리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었으며, 장내 기생충이 공통으로 발견됐다. 위액트 측은 “학대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거나, 행정 처분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흐지부지되지 않도록 처벌 과정을 끝까지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B씨 등을 고발할 예정이다.

뜬장에 들어있던 개들. 이들 중 5마리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었으며, 장내 기생충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사진 위액트 제공

뜬장에 들어있던 개들. 이들 중 5마리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있었으며, 장내 기생충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사진 위액트 제공

동물학대 급증, 처벌은 제자리 

최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신고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0년 79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지난해 1125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관련 신고 건수는 232건이다.

지난 15일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는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 학대 관련 양형기준 강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높아진 국민 인식만큼 동물 학대 범죄에 관한 수사 전문성과 처벌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법부의 동물 학대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강화해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학대하고 죽인 경우 징역형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물학대자에 대한 동물 소유나 사육도 금지해야 한다”며 “피학대 동물은 긴급 격리 보호조치하고 동물학대자에 대한 치료 프로그램이나 수강명령, 사회봉사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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