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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 매각된 부산외대 옛 부지, 공영개발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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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부산외대 옛 캠퍼스 부지. [사진 부산시]

부산외대 옛 캠퍼스 부지. [사진 부산시]

2014년 부산외국어대가 금정구 남산동으로 이전한 뒤 방치돼 온 남구 우암동 옛 캠퍼스 부지(사진)를 최근 민간사업자가 낙찰받았다. 이에 공영개발을 추진해온 부산시 계획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부산시·LH 공영개발 약속 #외대, LH와 1년 6개월 협상에도 #가격 안맞자 매입가 높은 민간 매각 #부산시 당혹 “공영개발 유지할 것”

부산외대에 따르면 우암동 옛 캠퍼스 부지(이전적지, 13만2118㎡)가 지난 7일 민간사업자에게 낙찰됐다. 입찰 당시 예정가는 1030억원이었으나 정확한 낙찰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17일 정식 계약이 이뤄진다. 이곳은 대학이 이전한 5년 뒤인 2019년 12월 부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공영개발하기로 약속한 곳이다. LH가 규정상 직접 입찰에 참여할 수 없어 두 차례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캠퍼스 부지를 매입해 청년주거용 행복주택과 미래산업창출센터, 주민용 임대주택 등을 건설하려 했다.

하지만, LH와 부산외대 학교법인인 성지학원 측이 여러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서로 가격이 맞지 않아 매매가 성사되지 못했다. 부산외대는 결국 지난 7일 3차 입찰을 시도했고, 단독 입찰한 민간사업자가 캠퍼스 부지를 낙찰받았다. 부산외대 관계자는 “학교 이전에 따른 부채가 많다. 열악한 학교 재정상 대금을 많이 주는 민간에 캠퍼스를 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매각금액과 민간사업자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LH와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지난 1년 6개월간 공영개발을 추진해온 부산시는 당혹해 하고 있다. 낙찰 이후인 지난 1일에는 이례적으로 ‘공영개발 유지’라는 보도자료를 내며 공영개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부산외대가 판 부지는 도시 계획상 학교시설이고, 토지 용도상 자연녹지 70%, 제2종 주거지역 30%로 돼 있다. 자연녹지에는 공동주택 건립은 불가하나 단독주택(건폐율 20%, 용적률 80%)은 지을 수 있다. 제2종 주거지역에는 15층 이하 용적률 200% 정도의 공동주택 건립이 가능하다.

이 규정대로 개발하면 민간사업자는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려워 학교시설 폐지 등 용도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부산시는 보고 있다. 해운대구 재송동 한진 컨테이너 야적장(CY, 5만4480㎡) 부지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개발이 이뤄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김종경 부산시 도시계획 실장은 “부산외대 부지는 한진 CY 부지처럼 2030년 도시 기본계획상 사전협상형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민간사업자가 용도 변경하려면 부산시와 협상해야 하고, 개발이익에 따른 많은 공공기여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부산시 공영개발 계획을 무시하고 민간이 원하는 대로 개발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018년 ‘사전협상형’ 지구로 지정된 한진 CY 부지는 부산시와 민간사업자가 2년 넘게 협상하고 있으나 개발 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주변 여건을 고려해 부산시가 토지 용도를 준공업지역에서 일반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주되 민간사업자가 지을 시설(주상복합 등)과 내야 할 공공기여금 규모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어서다. 부산외대 옛 캠퍼스 부지가 개발되기까지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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