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꽁돈 3백 벌 사람∼’…페이스북 ‘보험사기단 모집’에 60명 가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꽁돈 3백 벌 사람∼’ ‘남·여 상관없습니다.’  

고의 교통사고를 일으켜 보험금을 타내려는 사기 일당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2019년 11월 올린 모집 공고문 내용이다. 이들은 ‘만25세 이상 5등급 이하, 일주일 만에 5천 뽑아드립니다. 지금 필요하신 분 연락해주세요. 대출 아님 비밀보장. 조건 누구나 돼요’라는 내용도 올렸다.

단기간 고액 수입을 보장하며 공모자들을 모집하는 페이스북 게시글. 의정부경찰서

단기간 고액 수입을 보장하며 공모자들을 모집하는 페이스북 게시글. 의정부경찰서

실제 이 모집 공고문을 보고 60명이 몰려들어 고의 교통사고 보험사기 범행에 가담했다. 모두 20대였다. 이들은 이후 경찰 수사로 검거됐다. 범행 가담자 중 9명은 만 16∼18세의 미성년자들이었다. 이들 중 20대 여성도 2명 포함돼 있다.

단기간 고액 수입을 보장하며 공모자들을 모집하는 페이스북 게시글. 의정부경찰서

단기간 고액 수입을 보장하며 공모자들을 모집하는 페이스북 게시글. 의정부경찰서

60여 차례 걸쳐 6억원 보험금 타내  

미성년자들까지 가담시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합의금을 챙긴 보험사기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이런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주범 A씨(26·남)를 구속하고, 가담자 6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는 등의 수법으로 60여 차례에 걸쳐 병원비·차량수리비·합의금 등 약 6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다.

교차로에서 동시회전하며 교통사고 유발하는 장면. 의정부경찰서

교차로에서 동시회전하며 교통사고 유발하는 장면. 의정부경찰서

경찰 조사결과 이들의 범행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이어졌다. 1차로와 2차로에 좌회전 신호가 동시에 주어지는 의정부시 녹양사거리, 하동교삼거리, 홈플러스의정부점사거리 등지가 주 범행 무대였다. 좌회전 시 1차선의 차량을 2차선에서 바짝 붙어 뒤따라 옆에서 돌다 실선을 침범하는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특히 차선 침범 차량의 경우 과실 비율이 8대 2 또는 9대 1로 크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노렸다. 또 사전에 서로 짜고 고의로 충돌 사고를 내는 수법도 썼다.

만 16∼18세 미성년자 9명 포함

동네 선후배 사이였던 주범과 일당 4명은 벤츠나 BMW 등 고가의 수입차를 타고 다니며 범행을 저질렀다. 1인당 합의금 명목으로 100만∼200만원가량을 보험사에서 타낸 뒤 나눠 가졌다. 일회성 아르바이트식으로 가담한 초범에는 10만∼20만원 정도만 나눠줬다.

고의 교통사고 주요 범행 현장 3곳 약도. 의정부경찰서

고의 교통사고 주요 범행 현장 3곳 약도. 의정부경찰서

경찰은 특정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는 점을 수상히 여긴 보험사의 협조로 수사에 착수해 이들 일당을 검거했다. 서종익 의정부경찰서 지능팀장은 “보험사기단은 교차로 등에서 교통법규 위반 차량의 약점을 노려 범행한다”면서 “전국적으로 이와 유사한 고의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 만큼 평소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방어운전을 철저히 해 보험사기를 예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