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정규직 제로’ 외치던 공기업들, 올해 신규 채용 39% 줄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앞장섰던 공기업이 올해 신규 채용 규모를 최근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영난이 첫째 원인이지만 정부 고용정책 뒷받침에 따른 후유증이란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 확산 경영상 어려움 크고 #정규직화로 부담 증가, 조직 비대화 #신규 인력 뽑을 여력 떨어지기도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36개 주요 공기업(시장형 16개, 준시장형 20개)은 지난해 8350명(정규직 7638명, 무기계약직 712명)을 새로 뽑았다. 2019년 신규 채용 1만2154명보다 약 32% 감소했다.

채용 규모는 올해 더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4월 기준 전체 공기업은 올해 총 5089명(정규직 5019명, 무기계약직 70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년보다 39.1% 줄어든 수치다. 향후 상황에 따라 실제 채용 인원은 늘어날 수 있지만 지난해보다 규모가 감소할 것은 확실시된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이다. 장기간 경마 중단에 직면한 마사회는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적자를 냈다. 기존 직원도 휴업에 들어갈 정도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신규 채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수요 급감에 경영난을 겪는 그랜드코리아레저도 신규 채용 계획을 잡지 못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해(70명)의 절반 수준인 40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내부 사정으로 신규 채용을 하지 못한 곳도 있다. 직원 땅 투기 의혹으로 내홍을 겪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기존 정원을 20% 감축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LH 관계자는 “전체 정원을 줄이고 있어 올해 신규 채용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도 채용 규모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 부담 증가 및 조직 비대화 등으로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3년간 가장 많은 정규직 전환을 한 한국전력은 올해 1100명만 새로 뽑을 계획이다. 지난 3년 평균(1700명)보다 35% 줄어들었다. 코레일도 지난 3년 평균 신규 채용(2700명)의 절반 수준인 1400명만 올해 채용한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은 이미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고용 형태만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신규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한 일부 공기업은 채용 규모를 줄일 것으로 보이지만 공공부문 전체로 보면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엇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