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틴더→페이스톡…8년간 1300명 피해자 만든 김영준의 수법

중앙일보

입력

9일 서울경찰청은 여성으로 가장해 다수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나체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영준(29)의 신상을 공개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9일 서울경찰청은 여성으로 가장해 다수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나체 영상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영준(29)의 신상을 공개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영상통화를 하며 촬영한 남성들의 알몸 사진 등을 인터넷에 유포한 김영준(29)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남성 1300여명으로부터 2만7000여개의 영상을 불법 촬영했다. 약 8년에 걸친 김영준의 범행은 주도면밀했다.

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 따르면 김영준은 우선 랜덤 소개팅 앱인 ‘틴더’로 남성을 유인했다. 전화번호로 인증만 하면 가입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프로필에는 소지하고 있던 여성 사진을 게시했다. 틴더는 이처럼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회원이 프로필 사진 인물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사진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필수사항이 아니며 현재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만 기능이 제공되고 있다.

김영준은 연락이 온 남성들과 앱으로 채팅하다가 카카오톡 또는 스카이프로 대화하자고 유도했다. 이후에는 여성 사진을 보여주면서 얼굴과 몸이 보고 싶다며 페이스톡(영상통화)를 권유했다.

그는 영상통화가 시작되면 미리 확보한 여성 BJ 등의 음란 영상을 송출했다. 음성변조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성들의 입 모양과 비슷하게 대화하며 상대 남성이 자신을 여자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김영준이 소지하고 있던 여성 음란 영성만 4만5000여개에 이른다.

이후 김영준은 남성들의 모습을 녹화했고, 텔레그램 등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영상을 교환하거나 판매했다.

김영준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보도가 나가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사건 관련 글이 22만여명의 동의를 받았지만 이후에도 범행을 이어갔다. 오랜 기간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온 만큼 자신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채팅 앱 등을 통한 상대와의 연락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경찰 관계자는 “익명의 이성이 만남을 미끼로 한 접근을 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특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자와의 영상통화는 이 사건과 유사한 범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통화 후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 등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신속히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청은 압수물 분석 및 추가 조사를 통해 김영준의 여죄와 범죄 수익 규모 등을 명확히 특정하고, 영상 재유포 피의자 및 구매자 또한 검거하고 영상 삭제와 차단 등 피해자 보호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