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상황요원이 신고 접수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06/09/63bad548-9fa2-4cb9-a81a-732b9a6145f3.jpg)
대구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상황요원이 신고 접수를 하고 있다. 사진 대구소방안전본부
지난 8일 오전 6시35분 대구소방안전본부 119종합상황실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상황 근무를 서던 이창복 소방장이 신속하게 전화를 받았지만, 수화기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창복 대구소방본부 소방장, 소리만으로 생명 구해
수 차례 질문을 던져도 돌아오는 답이 없어 장난전화라고 생각하는 순간, 신고자가 “끄억, 끄억”하는 소리가 들렸다. 신고자가 마치 구토를 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자 이 소방장은 위험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119구급대를 출동시켰다.
신고자가 자신의 위치를 대답하지 못하는 상황.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신고자의 위치를 추적하니 대구시 중구의 한 지역이 잡혔다. 119구급대가 해당 지역으로 출동해 경찰과 함께 수색을 펼쳤다. GPS가 정확한 지점이 아닌 대강의 지역만을 가리키기 때문에 일대를 샅샅이 뒤져야만 했다.
다행히 수색 중 신고자의 친구로 보이는 사람을 발견했다. 이 친구 역시 신고자가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직감하고 달려왔다고 했다. 119구급대가 친구와 함께 신고자의 집으로 찾아가 보니 20대로 보이는 신고자는 방 안에서 목을 맨 채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119구급대가 응급조치에 나서 신고자의 의식을 돌려놓고 병원으로 후송했다. 신고자는 스스로 목을 맸다가 마음을 바꿔 119에 신고 전화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14년차 소방관인 이 소방장은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고, 119상황요원으로 보람을 느낀다”면서 “앞으로도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