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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천안함 전우회장 "수십번 만남 거절하니 尹이 대전 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제가 굳이 정치인을 만나려고 움직일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서울 안 가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윤석열 전 총장이 직접 대전으로 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스팟인터뷰]

윤석열(61) 전 검찰총장과 현충일인 지난 6일 만난 전준영(34) 천안함생존장병전우회장이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전으로 온다는 윤 전 총장의 말에 뭔가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진정성을 느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회장은 “평소 이용당하는 게 싫어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피해왔다”며 “윤 전 총장 측의 끈질긴 만남 요청에 마음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인 6일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씨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인 6일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씨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연합뉴스

만나자는 제안이 언제 들어왔나.
“2주 전인가, 열흘 전쯤인가 처음 연락이 왔다. 윤 전 총장과 청년 행보를 함께하는 장예찬 시사평론가와 6년 전부터 인연이 좀 있다. 장 평론가가 만남을 제안해 왔지만 내가 ‘정치인에게 이용당하는 게 싫다’며 거절했다.
결국은 만났다.
“장 평론가의 연락이 너무 많이 왔다. 전화나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서 ‘천안함 생존자 예우와 관련한 입장을 듣고 싶다’ ‘절대 이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수십차례 설득을 하더라. 그래도 내 개인적인 만남이 아니라 어쨌든 ‘천안함 전우회장’이란 직함을 달고 나가는 건데 정치인을 만나는 모양새도 좀 그렇고, 언론에 나오는 것도 좀 부담됐다. 그런데 만남 사흘 전쯤인가, 윤 전 총장이 직접 전화를 해서 ‘직접 연락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며 만나자는 요청을 하더라. 그 전화를 받고 최종 승낙하게 됐다.

윤 전 총장은 6일 전 회장의 대전 유성구 자택을 직접 찾았다. 이 자리에서 전 회장은 “천안함 음모론에 대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패잔병이라는 올가미를 씌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가를 위해 희생한 우리에게 굴욕감과 분노를 안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천안함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 희생 장병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 만난 뒤에 정치인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었나.
“사실 정치인들은 행사 때나 가끔 와서 사진 좀 찍고 메시지를 낸다. 물론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충남 아산갑)처럼 도와주는 분도 몇 분 계시긴 하지만, 이렇게 진정성을 보인 분은 많지 않았다. 대개 정치인 면담은 30분 정도면 끝났는데, 윤 전 총장과는 3시간 정도 대화했다. 사실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하더라. 윤 전 총장이 서울 올라가야 하는 상황만 아니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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