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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있는데 이런 수치 당하나"…강제징용 피해자의 통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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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일본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당한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법원이 7일 각하 판결하자 피해자들은 매우 부당하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피해자들 소송대리인인 강길 변호사는 이날 1심 판결 직후 취재진에게 "자세한 내용은 판결문을 봐야 하지만 오늘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정반대로 배치돼 매우 부당하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배상)청구권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심판 대상으로 적격이 있다는 것인데 재판부가 양국 간 예민한 사안이라 다르게 판단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일제에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지난달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송을 낸 당사자들이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에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 기일이 열린 지난달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소송을 낸 당사자들이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강 변호사는 "피해자들은 강제로 징용돼 임금도 받지 못한 부당한 상황이기에 최소한의 임금과 그에 해당하는 위자료는 배상이 돼야 하고 한일 관계도 그 같은 기초 위에서 다시 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철호(85)씨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며 "나라가 있고 민족이 있으면 이런 수치를 당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일제강점기 당시 징용으로 끌려갔다. 임씨는 이날 판결에 대해서도 "한심한 결과"라며 "한국 판사와 한국 법원이 맞느냐. 참으로 통탄할 일이고 입을 열어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청구권이 한·일청구권협정에 의해 바로 소멸됐거나 포기됐다고 할 수 없지만, 소송으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각하 사유를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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