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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이 중사 추모 후 대통령의 무너진 걸음걸이가 아팠다"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추모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추모한 뒤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조직적 회유에 시달리다 숨진 공군 이모 중사의 추모소를 방문한 뒤 한참을 차 앞에 서 있었다며 “대통령의 어깨가 그 무너진 걸음걸이가 아팠다”고 말했다.

탁 비서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 행사를 마친 뒤 이 중사의 추모공간으로 향했다며 “국화꽃 한 송이를 놓고 대통령은 한참 머뭇거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오시면 하실 말씀이 있다던 이 중사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대통령의 손을 붙잡고 울기만 했다. 하소연도 없이”라며 “내내 한마디도 못 한 채 울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모두 아팠다”고 전했다.

탁 비서관은 “돌아서 나오는 길, 대통령은 한참 차 앞에 서 계셨고, 나는 대통령의 어깨가 그 무너진 걸음걸이가 또 아팠다”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매일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엄중하고 시급하고 절체절명의 일'들이 보고된다”고 적었다.

이어 “그 일들은 재임 마지막 날까지 그러할 것”이라며 “그 일들을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면서 대통령의 어깨는 내려앉고 걸음은 무너져간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황망한 현장에서 유족들과 함께 더욱 주저앉는다”고 했다.

탁 비서관은 “오늘 임기 중 마지막 현충일에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해 반드시 바로잡겠다'라고 말씀하셨다”라며 “고인의 절망, 유가족의 슬픔, 오랜 폐습을 마주한 대통령의 모습이 무겁다”고 말했다.

[사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페이스북]

[사진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페이스북]

이날 문 대통령은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이 중사의 추모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중사 부모를 만나 “얼마나 애통하시냐”는 위로의 말과 함께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 중사의 부모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 철저하게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충원 추념사를 통해 “아직도 일부 남아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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