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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빨간날' 대체공휴 확대 논란…"결국 공무원만 쉴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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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달력.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2021년 달력. 사진 인터넷 커뮤니티

사라진 ‘평일 빨간 날’이 돌아올까. 올해 현충일(6월 6일)처럼 ‘주말에 묻힌’ 법정 공휴일을 향후엔 대체공휴일로 되살리는 논의가 국회에서 이뤄진다는 소식에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은 “설렌다”는 반응을 보인 반면, 일각에선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들에게만 좋은 일”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한다. 지난달 부처님오신날 이후로 올해 연말까지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평일에 쉬는 날은 없다. 법정 공휴일이 모두 주말과 겹쳤기 때문이다.

마케팅 업종에서 종사하는 최모(29)씨는 “해가 바뀔 때마다 달력을 쭉 넘겨보는데 하반기에 공휴일이 다 주말에 걸려 ‘지옥의 2021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직장인들은 ‘빨간 날’만 보고 사는데 대체공휴일이 늘어난다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나 일용직의 경우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한 네티즌은 “공휴일의 정의가 관공서의 공휴일, 즉 공무원 노는 날”이라며 “근로기준법이 정한 직장인 휴일은 근로자의 날과 주휴일밖에 없는데 대체휴일로 영세업체 근로자들이 얼마나 혜택을 볼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대체공휴일 지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생활용품 스타트업 대표 박모(32)씨는 “대체공휴일을 반기지 않는 소상공인도 많다”며 “쉬는 날이 생기면 일을 미루는 협력 업체가 많은 데다 오피스 상권은 제대로 영업하지 못하고 휴일수당은 배로 뛰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휴일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웨딩 영상 촬영업체를 운영하는 정모(33)씨는 “공휴일이 줄면 돈 버는 날은 늘어난다. 하지만, 내가 직장인이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직원들을 배려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정씨는 “공휴일에 부득이하게 못 쉬는 업종이나 직군은 다른 날 쉴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 역시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적용하는 규정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조창연 노무사(노무법인 산재)는 “흔히 빨간 날에 근로자가 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무원이 아닌 일반 회사원이 그동안 유급으로 쉰 건 회사 차원의 복지였던 셈”이라고 했다. 조 노무사는 “올해부터 30명 이상 사업장에서 빨간 날에 일하면 예외 없이 휴일근로수당이 지급된다”며 “내년엔 5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공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대체공휴일을 확대하는 법안을 처리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하반기 주말에 걸린 공휴일은 광복절·개천절·한글날·성탄절 총 4일이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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