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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부품 日의존도 역대 최저인데, 무역적자는 증가…왜?

중앙일보

입력

최근 일본 소재ㆍ부품 수입 의존도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대일 무역 적자 폭은 오히려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소재ㆍ부품ㆍ장비 국산화 노력에도 아직은 고부가 핵심 소재ㆍ부품에서 일본 의존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재·부품 일본 의존 역대 최저

일본 수출 규제 2년 만에 소재·부품에서 일본 수입 의존도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중앙포토]

일본 수출 규제 2년 만에 소재·부품에서 일본 수입 의존도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중앙포토]

4일 산업통상자원부 ‘소재ㆍ부품 종합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 소재ㆍ부품 누적 수입액(647억9500만 달러) 중 일본 제품(96억96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15.0%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6.1%)보다 1.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역대 가장 낮다.

이는 소재ㆍ부품ㆍ장비 국산화 노력 덕분이다. 정부도 2019년 일본 수출 규제를 겪은 뒤 핵심 소재ㆍ부품ㆍ장비 자립을 위한 지원 정책을 펼쳐 왔다.

일본산 소재ㆍ부품 수입 비중은 2003년 28.0%로 정점을 찍은 뒤 차츰 낮아졌다. 일본 수출 규제가 있었던 2019년에는 15.9%까지 떨어졌는데 2년 만에 비중이 더 줄어들었다.

소재ㆍ부품의 수입처도 다변화했다. 같은 기간 대만에서 소재ㆍ부품을 수입하는 비중은 지난해 8.3%에서 올해 9.3%로 올라갔다. 중국 수입 비중도 같은 기간 29.1%에서 30.1%로 높아졌다.

의존 줄어도 적자는↑…“고부가 품목에 집중해야”

일본 의존도는 낮아졌지만, 무역 적자 폭은 오히려 더 커졌다. 올해 1~4월 일본 소재ㆍ부품 교역에서 한국은 59억96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7억900만 달러 증가한 액수다. 한국은 1~4월 일본에 전년보다 6.2% 늘어난 43억 달러를 수출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96억9600만 달러)은 수출액의 두 배 넘게 웃돌아 적자 폭이 커졌다.

이는 한국의 수출 호조에 따라 전체 수입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외국에서 소재ㆍ부품ㆍ장비 같은 중간재를 수입한 뒤 이를 다시 재가공해 파는 무역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다. 최근 반도체 등 한국 주력 제품 수출이 크게 늘면서 여기에 쓰이는 고부가 핵심 일본 소재ㆍ부품 수입도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1~4월 무역 적자 폭이 컸던 일본 수입 품목을 보면 전자부품(19억200만 달러)ㆍ일반기계 부품(64억4000만 달러)ㆍ화학물질 및 화학제품(13억100만 달러)ㆍ고무 및 플라스틱 제품(5억7800만 달러) 같이 중간재 품목이 많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소부장 국산화 노력으로 일본 수입 비중을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우리 수출품에 일본 중간재를 쓰는 경우가 많고 대체가 어려운 품목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소부장 독립을 위해서는 고부가 핵심 품목의 국산화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핵심 소부장 제품을 보면 고부가 가치를 가지고 있으면서 대체가 불가능한 품목들이 많다”면서 “이런 품목의 국산화를 지원해야 한국 소부장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무역 적자 폭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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