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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TK 민심에 돌직구 던진 이준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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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조경태, 나경원, 주호영, 홍문표 후보. 연합뉴스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석, 조경태, 나경원, 주호영, 홍문표 후보.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구 합동연설회..이준석 '박근혜 탄핵 정당' 주장 #탄핵 인정해야, 윤석열 대권후보 영입, 정권교체 가능..논리

1.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의 요충지 대구에서 3일 합동연설회가 열렸습니다. 대구연설회에 주목하는 건 국민의힘 당원이 몰려있는 당심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세 후보의 연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2.가장 먼저 등장한 이준석은 당돌하게 핵심을 찔렀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당했다’ 그리고 ‘박근혜 사면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TK민심에 정면도전하는 위험발언입니다. 지난 5월 한국갤럽 조사결과‘전직 대통령(이명박+박근혜) 사면’찬성이 39% 반대 54.3%입니다. 그런데 대구경북에선 반대로 찬성 56.2% 반대 35.6%입니다.

3.이준석은 이런 돌직구를 던진 다음..영리하게도 보완장치로 당심을 끌어당깁니다.
먼저 자신을 영입한 박근혜에게 ‘감사’합니다. 이어 탄핵의 원인으로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렀다고 설명합니다. 최순실을 겨냥한 셈입니다. 재판과정에서 ‘법이 엄격히 적용됐다’며 억울한 측면을 인정합니다. 이어 ‘엄격한 법 적용이..문재인 정부와 그 뒤를 따르는 인사들에게도 적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치 송영길이 ‘(가혹한 검찰수사가) 조국 가족에 했던 것처럼 윤석열 가족에도 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던 것과 같은 미러링 논리입니다.

4.이준석이 던진 가장 핵심적인 논리는..탄핵을 인정해야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정권교체할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탄핵을 인정해야) 박근혜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권 부패와 맞섰던 검사(윤석열)는 위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 큰 덩어리(국민의힘)에 합류해 문재인 정권에 맞서는 것(대권출마)을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TK지역이 박근혜 탄핵을 인정함으로써 윤석열을 받아들이고, 윤석열을 통해 정권을 교체함으로써 박근혜 명예회복을 이루자..는 논리입니다.

5.TK토박이 주호영은 지역색 짙은 연설을 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거론하면서 TK를 ‘우리나라 산업화 민주화의 총본산’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떻게 되었습니까. 영남배제론으로 15년째 당 대표를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며 ‘TK출신 당대표’임을 강조했습니다.
TK자존심 회복을 위해 ‘남의 힘을 빌리러 구걸’하지 말고 ‘힘을 합치자’고 역설했습니다. TK인 자신에게 몰표를 달라는 메시지입니다.

6.이와함께 주호영은 경쟁자 이준석과 나경원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을 했습니다.
이준석에 대해 ‘우리당에 불러온 활기..고마운 일입니다..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그 바람이 간판 떨어뜨리고 유리창 깨면 대선이라는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헤쳐나갈겁니까’..즉 이준석은 대선과 야권통합을 이끌어갈 경륜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나경원에 대해 ‘선거 한번 치르기도 힘든데 세번씩 치르는 열정 대단합니다..지금 나 후보에게 필요한 건 본인 재판 잘 해결하는 겁니다’..나경원이 총선-서울시장-당대표에 연이어 도전하는 걸 비틀은 다음, 소송을 초래한 강경투쟁을 꼬집었습니다.

7.나경원은 TK들이 좋아하는 얘기를 죽 나열했습니다.
‘오늘 아침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헌화했습니다..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그리워지는 때입니다.’

‘서문시장에 갔더니 이건희미술관 유치해달라고 합니다. 확실히 하겠습니다.’

‘대구경북 신공항..박정희 공항으로 이름 붙여서 신속하게 추진하고 싶은데 어떨까요..(박수)’

‘두 전직 대통령..반드시 바로 석방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8.이어 나경원도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를 이룰 적임자임을 강조합니다.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후보’를 강조하면서 ‘제가 5명 (당대표)후보 가운데 나이가 딱 가운데’라며 멋쩍게 웃습니다. 나경원 후보 특유의 인상까지 겹쳐져..절박한 호소라는 느낌은 받지만..듣기 좋은 얘기를 반복한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습니다.

9.TK연설회는 세 후보를 잘 보여준 정치이벤트로 기록될 듯합니다. 이준석은 당돌하면서도 영리하게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주호영은 거칠지만 강한 메시지를 통해 TK맹주를 자처했습니다. 나경원은 약세인 지역에서 다소 무리하지만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습니다.
종합평가하자면..이번에도 이준석의 연설이 신선했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