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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움직이는데 기사 목조르더니 "XX놈"···이용구 블박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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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장면이 담긴 37초 분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2일 공개됐다. 경찰도 이 영상을 확보해 이 차관의 폭행이 특정가중범죄처벌법에 따른 운전자 폭행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기사, 사건 다음날 사설업체서 복원 #이 차관 “영상 지워라” 1000만원 줘 #경찰, 증거인멸 혐의로 기사 입건

SBS가 보도한 영상엔 지난해 11월 6일 밤 택시를 타고 있던 이 차관이 기사 A씨에게 욕설을 하고 목을 잡는 장면이 담겼다. 이 차관이 A씨의 목을 조를 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배경은 움직이고 있었다. 폭행 당시 택시가 운행 중이었던 정황이다. 영상에 따르면 ‘잠시 후 목적지 부근입니다’라는 안내음성이 나왔다. A씨는 이 차관에게 “여기 내리시면 돼요?”라고 물었다. 이에 뒷좌석에 있던 이 차관은 “××놈의 ××”라고 욕설을 했다. 기사 A씨는 뒤를 돌아보며 “왜 욕을 하세요”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라고 물었다.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 블랙박스에 찍힌 모습이다. SBS 캡처

택시기사의 목을 조르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 택시 블랙박스에 찍힌 모습이다. SBS 캡처

잠시 후 이 차관은 “너 뭐야”라며 뒷좌석에서 팔을 뻗어 A씨의 목을 잡았다. 이 순간 블랙박스 영상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 차관의 얼굴이 잡혔다. 멱살을 잡힌 A씨가 “택시기사에요. 신고할 거에요. 목을 잡았어요”고 말하자 이 차관은 손을 놓았다. A씨는 “이거 다 찍혔습니다. 경찰서로 갑시다”라고도 했다.

A씨는 다음날 사설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복원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나흘 뒤 2차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영상을 경찰에 보여줬지만, 당시 수사관은 “차가 멈춰있네요. 못 본 거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차관의 증거인멸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피해자인 A씨도 입건했다. 이 차관은 A씨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라며 합의금 1000만원을 줬다고 한다. 만약 A씨가 그 대가로 영상을 지웠다면 증거인멸의 공범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이 차관과 A씨는 합의 뒤에도 수차례 통화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보여줄 지도 논의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이 차관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이 차관은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고,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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