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 A씨를 폭행한 장면이 담긴 37초 분량의 블랙박스 영상이 2일 공개됐다. 경찰도 이 영상을 확보해 이 차관의 폭행이 특정가중범죄처벌법에 따른 운전자 폭행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기사, 사건 다음날 사설업체서 복원 #이 차관 “영상 지워라” 1000만원 줘 #경찰, 증거인멸 혐의로 기사 입건
SBS가 보도한 영상엔 지난해 11월 6일 밤 택시를 타고 있던 이 차관이 기사 A씨에게 욕설을 하고 목을 잡는 장면이 담겼다. 이 차관이 A씨의 목을 조를 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배경은 움직이고 있었다. 폭행 당시 택시가 운행 중이었던 정황이다. 영상에 따르면 ‘잠시 후 목적지 부근입니다’라는 안내음성이 나왔다. A씨는 이 차관에게 “여기 내리시면 돼요?”라고 물었다. 이에 뒷좌석에 있던 이 차관은 “××놈의 ××”라고 욕설을 했다. 기사 A씨는 뒤를 돌아보며 “왜 욕을 하세요” “저한테 욕하신 거예요?”라고 물었다.
잠시 후 이 차관은 “너 뭐야”라며 뒷좌석에서 팔을 뻗어 A씨의 목을 잡았다. 이 순간 블랙박스 영상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 차관의 얼굴이 잡혔다. 멱살을 잡힌 A씨가 “택시기사에요. 신고할 거에요. 목을 잡았어요”고 말하자 이 차관은 손을 놓았다. A씨는 “이거 다 찍혔습니다. 경찰서로 갑시다”라고도 했다.
A씨는 다음날 사설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복원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나흘 뒤 2차 경찰 조사에서 A씨가 영상을 경찰에 보여줬지만, 당시 수사관은 “차가 멈춰있네요. 못 본 거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차관의 증거인멸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피해자인 A씨도 입건했다. 이 차관은 A씨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지우라며 합의금 1000만원을 줬다고 한다. 만약 A씨가 그 대가로 영상을 지웠다면 증거인멸의 공범이 된다고 본 것이다. 이 차관과 A씨는 합의 뒤에도 수차례 통화했다. 블랙박스 영상을 경찰에 보여줄 지도 논의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이 차관의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임명된 이 차관은 지난달 28일 사의를 표명했고,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