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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산업대출 42조↑…코로나 충격, 서비스업 빚으로 버텨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인근 골목.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서대문구 대학가 인근 골목. [연합뉴스]

기업과 자영업자가 여전히 빚으로 버티는 모양새다. 지난 1분기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에서 빌린 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년 전보다 증가 폭은 다소 줄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후유증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서비스업 대출 수요가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21년 1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143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말보다 42조1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분기(51조4000억원)보다 줄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분기(19조6000억원)보다는 규모가 컸다.

국내 산업 대출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서비스업의 계속된 대출 수요 때문이다. 1분기 말 서비스업의 대출금 잔액은 911조800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보다 31조1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34조원)보다 줄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분기(9조9000억원)보다 여전히 크다.

서비스업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좀처럼 업황이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서비스업의 생산지수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2.0%(2020년 3분기)→0.9%(2020년 4분기)→0.6%(2021년 1분기)로 계속 축소됐다. 이 때문에 도·소매업(7조5000억원), 숙박·음식점(3조원) 등 일부 업종의 대출 수요는 전 분기보다 늘었다. 소상공인 대상 특별 자금지원 프로그램 등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의 영향도 있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난해 4분기보다 늘면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업황 개선세가 둔화해 대출금이 증가했다”며 “전체적인 소비는 개선되고 있으나, 대면 서비스 관련 업종의 소비 증가세는 1분기에 다소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반면 제조업의 대출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제조업의 1분기 말 대출금 잔액은 39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말보다 7조1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은 지난해 1분기(14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며,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분기(6조5000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제조업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은 제조업 업황의 호조세 덕이다. 제조업 생산지수 증가율(전 분기 대비)은 지난해 6.4%(2020년 3분기)→3.1%(2020년 4분기)→3.4%(2021년 1분기)로 증가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다만 증가 폭은 대출금 잔액이 줄었던 지난해 4분기(-2조2000억원)에서 증가로 전환했다. 지난해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시상환한 대출금을 다시 취급한 영향이다.

용도별로는 1분기 시설자금의 대출금 잔액(586조6000억원)은 전 분기보다 16조7000억원 증가했다. 전년동기(522조6000억원)대비 증가 폭은 64조원(12.2%)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2분기 이후 (산업계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본격화한 것이 올해 1분기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운전자금 대출금 잔액은 849조2000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보다 25조5000억원이 늘었다. 증가 폭은 지난 분기(10조7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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