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 아빠’ 맹타…LG 6위→3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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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채은성

채은성

‘반짝이 아빠’가 반짝반짝 빛난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4번 타자의 중책을 맡은 채은성(31·사진)이 이에 걸맞은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주말 키움 3연전 7안타, 채은성 #신고선수서 팀 4번 타자로 성장 #1군 승격 7주년 날에 딸 태어나

LG는 지난주 4승 1패를 기록했다. 6위까지 내려갔던 순위도 다시 3위로 반등했다. 고비였던 키움 히어로즈 3연전을 위닝시리즈(2승 1패)로 마친 게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 기간 LG에서는 채은성이 단연 돋보였다. 지난달 28일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3-1 승리를 이끌었다. 발은 빠르지 않은 그가 데뷔 후 처음으로 한 이닝에 도루 2개를 성공했다. 이어 29일에는 3안타를 몰아쳤고, 30일에서 5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렸다.

채은성은 어린이날(지난달 5일)부터 4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그 전에도 4번 타순에서 친 적이 있지만 이렇게 꾸준히 맡은 건 처음이다. 로베르토 라모스가 부진하면서 중책을 맡았다. 2018년 118타점을 올린 적이 있는 채은성은 해결사 이미지가 강하다. 득점권 타율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0.352였고, 올해는 0.319다.

부담스러운 자리일 텐데도 정작 채은성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성적이 좋아졌다. 5번에서 4번으로 이동한 뒤 타율(0.279→0.313)이 올랐다. 4월 손가락 부상까지 겹쳐 1타점에 그쳤던 그는 지난달 24타점을 쓸어담았다. NC 다이노스 박석민(25타점)에 이어 월간 타점 2위다. 홈런(5개)은 공동 6위다.

2009년 순천효천고를 졸업하고 채은성은 프로팀의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학창 시절 1루수와 3루수를 맡았지만 프로에서는 포수로 변신했다. 1군에 올라가지 못하고 현역(의장대)으로 군복무를 마친 그는 1루수로 재변신하고, 2014년 5월 27일 1군에 데뷔했다. 이후 외야수로 포지션을 바꾸고, 중심타자로 성장했다.

채은성은 2018년 겨울, 무명 시절부터 7년을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했다. 지난해 아이도 생겼다. 태명이 ‘반짝이’다. 팬들에게 ‘은별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아빠와 딱 어울리는 태명이다. 지난달 26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서울에 올라온 채은성은 27일 딸을 만났다. 우연히도 1군에 올라온 지 꼭 7년째 되는 날이었다. 감회가 새로울 수 밖에 없었다.

경조사 휴가를 최대 5일간 쓸 수 있지만, 채은성은 이틀 만에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아빠가 된 뒤 치른 세 경기에서 안타 7개를 때려냈다. 류지현 LG 감독도 “키움 3연전은 채은성의 좋은 기운이 팀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딸이 태어난 날짜가 내 1군 데뷔 날짜와 같다. 딸이 태어난 다음 날에는 안 해본 것(한 이닝 2도루)도 해보고, 좋은 기운을 받았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안아보고 이후에는 유리벽 사이로 지켜보기만 해서 실감 나지 않지만, 아버지가 되니 확실히 느낌은 다르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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