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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 물러난 정의용 "한반도 비핵화, 美 핵우산과 별개 개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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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지대화 개념은 사실상 소멸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브리핑을 통해 밝힌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지대화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말하는 비핵지대화 개념은 사실상 소멸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브리핑을 통해 밝힌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지대화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8일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지대 간에는 큰 의미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말하는 ‘비핵지대화’ 개념은 1991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이후 사실상 소멸됐다고 본다. 이후 북한도 비핵지대화란 용어를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다”고 말했다.

정의용 장관 국회 외통위 출석 #"비핵지대화와 큰 차이 없다" 발언 번복 #"北 비핵화지대 개념,1991년 이후 소멸"

정 장관은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홍보하기 위한 3개 부처 장관의 합동 브리핑에서 “북한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우리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엔 큰 차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해당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에 한국 내 주한미군의 철수 및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금지가 포함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지대화’, 즉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남북은 물론 한국에 주둔하는 주한미군 전체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사용하곤 했다. 결국 정 장관이 이날 한반도 비핵화지대라는 용어 자체가 소멸했다고 주장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지대=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번복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여진 계속되는 정의용 '비핵화' 발언 

정의용(가운데) 장관은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3개 부처 장관 합동 브리핑에 참석해 '비핵화'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연합뉴스]

정의용(가운데) 장관은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기 위한 3개 부처 장관 합동 브리핑에 참석해 '비핵화'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연합뉴스]

실제 북한이 2016년 7월 정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명시한 ‘조선반도 전역 비핵화를 위한 5개 요구 조건’엔 주한미군 철수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북한이 제시한 조건은 ▲남한 내 모든 핵무기와 기지 철폐 및 검증 ▲한반도 및 인근에서 미국의 핵전력 전개 금지 ▲핵 사용권 가진 주한미군 철수 등이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사용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및 주한미군 전략자산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정 장관이 이날 전체회의에서 “핵우산 문제는 한·미 동맹 차원의 문제”라며 “한반도 비핵화하고는 상관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정 장관은 또 "이것(미국의 핵우산)은 우리가 그동안 북한 측에도 분명히 이야기했고 북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군 백신 지원과 한미 훈련 별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지원 계획을 밝히며 "이는 그들 자신 뿐 아니라 미군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지원 계획을 밝히며 "이는 그들 자신 뿐 아니라 미군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정 장관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우리 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지원과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는 무관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군 55만명에 백신을 지원한 것은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하기 위한 취지로 읽힌다’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한국군에 대해 백신을 공급했다는 것은 취지가 그렇지 않다. 한미 연합훈련은 백신 공급과는 별도로 군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기 위해 ‘군 집단 면역’ 차원에서 한국군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선을 긋는 답변이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및 유예 방안이 논의된 이후 한·미 양국은 키리졸브·프리덤가디언 등 대규모 실기동훈련(FTX)를 중단한 상태다. 그 결과 연례 한·미 연합훈련은 3년째 시뮬레이션 방식의 도상훈련(CPX)으로만 진행됐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는 한·미 연합훈련 정상화 기류가 엿보였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이를 가로막으며 아직도 대부분의 연합훈련을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대체하고 있다.

한편 정 장관은 이날 한·미 양국 간 ‘백신 스와프’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선 “미국이 처음부터 매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한국이 방역 대응에 있어서 모범적인 나라고 재력도 많고 이미 상당한 물량을 확보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해서만 백신을 지원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국내적 명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또 “미국에서도 우리를 도와주기 위한 국내 명분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끝에 국군 55만명에 대한 백신 조기 공급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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