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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 보이는데…마트 손님은 돌아오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동작구에 사는 박은경(40)씨는 지난해 주로 온라인으로 장을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에 동네 마트도 가기 꺼려졌기 때문이다. 빠른 배송 덕분에 온라인 장보기가 그리 불편하지 않은 것도 이유였다. 박씨는 “온라인이 할인도 많은 데다 실제 이용해 보니 믿을 만한 업체도 많아져 계속 이용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끝나도 적어도 생필품은 계속 온라인으로 살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 완화에도 안 꺾이는 ‘온라인’

최근 코로나19 위축 심리 완화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와 SSM(준대규모점포) 같은 동네 마트는 여전히 온라인 유통 업체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 ‘4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5개 핵심 유통업체 전체 매출에서 오프라인 업체가 차지한 비중은 51.7%였다. 1년 전 오프라인 매출 비중(52.8%) 보다 1.1%포인트 줄었다. 3월에는 오프라인 업체 매출 비중이 1년 전보다 1.3%포인트(50.8% → 52.1%)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상승세가 꺾인 것이다.

온라인-오프라인 매출 구성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온라인-오프라인 매출 구성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오프라인 업체 매출은 회복 추세였다. 설 명절 특수가 있었던 지난 2월(14.3%)에 오프라인 업체 매출 상승 폭이 올해 들어 처음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위축 심리 완화 효과까지 겹치면서 3월(21.7%)에는 매출 증가 폭이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상승세는 지난달부터 주춤했다. 4월(11.2%)에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매출 증가가 이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 4월 오프라인 업체 매출이 큰 폭(-5.5%) 감소한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그리 큰 증가는 아니다.

반면 온라인 업체 매출은 2월(5.5%)에 잠시 주춤했지만, 3월(15.2%)과 지난달(16.5%) 다시 두 자릿수 상승으로 복귀했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업체는 코로나19 영향에 지난해 3~4월에도 매출 상승세가 컸다. 그런데도 올해 다시 큰 폭 매출 증가를 더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습관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직격탄 맞은 ‘마트’

대형마트 매출 증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형마트 매출 증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온라인 유통 업체 상승세에 오프라인 업체가 주춤하지만, 업태별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우선 온라인 업체 성장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특히 대형마트와 SSM이다. 지난달 대형마트(-2.8%)·SSM(-11.7%) 모두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기저효과 고려하면 매출 부진은 더 심각하다.

특히 SSM은 올해 들어 매출이 전년 대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형마트도 설 명절 특수가 있었던 2월만 깜짝 매출 증가를 하다가 지난달 다시 감소로 돌아섰다.

이런 ‘마트’ 부진은 주요 매출원이었던 생필품과 신선식품 구매가 상당 부분 온라인과 편의점에 빼앗긴 영향이다. 실제 지난달 SSM 일상·생활용품과 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3.5%, -11.5% 감소했다. 대형마트 가정·생활 제품과 식품 매출도 지난해 4월과 비교해 -10.3%, -2.5% 줄었다.

고가 위주 백화점은 호황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이 쇼핑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이 쇼핑객으로 붐비고 있다. 뉴스1

반면 백화점은 마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코로나19 위축 심리 완화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백화점 매출은 지난 2월(39.6%)·3월(77.6%)·4월(34.5%) 모두 폭발적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 지난 2월에 문을 연 ‘더 현대 서울’ 백화점은 개점 이후 6일간 약 370억원, 한 달 동안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4월 오프라인 매장 매출 증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4월 오프라인 매장 매출 증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특히 명품 등 고가 제품이 매출 상승세를 이끌었다. 지난달 백화점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은 전년 대비 57.5% 급증해 상품 중 가장 큰 폭 상승세를 보였다. 남성의류(31.9%)·여성정장(30.4%) 매출도 지난해보다 모두 크게 늘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왕 밖에서 돈을 쓰면 백화점에서 주로 비싼 물건을 사고, 생필품은 온라인이나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식으로 소비 패턴 변하다 보니 대형마트와 SSM 매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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