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맛살 명가' 오양수산, 집안싸움 점입가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983년 '오양맛살'을 국내에 처음 소개해 맛살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은 오양수산(10,350원 150 -1.4%)의 대주주 일가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특히 오양수산의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가족간 법적 분쟁까지 벌이고 있어 기업 이미지 훼손은 물론 영업력 저하로 주주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일가의 분쟁은 김명환 오양수산 부회장(대표이사)과 가족들간의 불신에서 비롯됐다. 김 부회장의 경영권 획득과 이를 저지하려는 가족들의 갈등이 표면화 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03년 정기주주총회.

병상에 누워있던 창업주 김성수 회장은 대리인을 시켜 자신의 장남인 김명환 부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저지하려 했다. 김성수 회장은 오양수산의 최대주주(35.2%)로,그의 의중에 따라 후계 경영구도의 밑그림이 그려지게 된다.

그러나 김 회장의 대리인은 주총장에서 물리적 충돌로 의결권 행사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원안이 그대로 통과됐고 김성수 회장은 회사를 상대로 주총결의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1심과 2심 모두 원고 승소. 현재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부자간 반목은 김명환 부회장에 대한 전체 가족의 불신으로 이어졌다. 결국 김 부회장은 그의 모친, 누이들과도 등을 돌리게 됐다. 가족간 불화를 정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김성수 회장이지만 오랜 투병 생활로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의사를 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 대주주 일가는 크고작은 분란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는 오양수산 임직원들까지 가세해 대주주 가족들을 향해 "회사의 경영주체 와해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김 부회장은 모친을 상대로 채권반환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은 지난달 27일 모 신문에 '경영권 안정과 생존권 보장을 위하여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김 부회장 부자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임직원들은 이들이 김 회장의 보유주식을 금융권에 신탁해 해외 사업까지 막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은 지난 6월초 김성수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오양수산의 전체 지분 가운데 30%를 금융권에 신탁으로 넘겨 지난 86년 미국에 합작투자 방식으로 설립한 자회사(지분율 50%) 아스틱스톰(arsticstorm.inc) 조업권이 상실될 위기에 몰려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의 어업법은 외국인 투자자에 한해 자회사 지분이 25%를 넘길 경우 모기업 대주주가 기업 지배력을 상실하면 자회사의 조업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었다. 김성수 회장이 오양수산 지분을 금융권에 맡겼으니 김 회장의 오양수산 지배력이 흔들리게 됐고 이에 따라 아스틱스톰이 정상적인 조업을 할 수 없게 됐다는 논리다.

김명환 부회장과 임직원들은 대주주 일가가 회사 경영권을 흔든 뒤 회사를 매각해 재산를 불리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성수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는 틈을 이용해 회사를 처분하려 한다는 것.

김 부회장이 모친을 상대로 제기한 채권반환소송은 전형적인 재산 분쟁 사례다. 그는 모친인 최옥전씨를 상대로 40억여원 가치의 산업금융채권 56장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00년과 2001년 자신이 매입한 채권을 여러 경로를 통해 모친이 확보,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게 김 부회장의 주장이다.

가족간 분쟁은 김명환 부회장과 오양수산 임직원들이 법과 언론을 통해 총수 가족에 일방적인 공격을 가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가족들 역시 분쟁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창업주인 김성수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금융권에 신탁한 것은 김 부회장으로부터 경영현안을 보고받지 못하자 금융권을 통해서라도 경영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라고 반박했다. 또 모자간 소송의 매개물인 채권은 김성수 회장이 가족 명의로 무기명채권을 매입했던 것으로 김 회장이 소유주라고 주장했다.

대주주 일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회사도 어려워지고 있다. 오양수산은 지난해 105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179억원의 영업손실과 114억원의 적자를 냈다. 실적 악화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돼 올초 한때 1만4450원이던 주가는 1일 현재 1만500원까지 추락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족간 분쟁의 악영향이 경영에까지 이어져 영업에 쏟아야 할 에너지가 쓸 데 없이 소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분쟁이 길어지면 경영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