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전날 논란을 부른 ‘장유유서(長幼有序)’란 표현을 해명하기 위해 26일 다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찾았다.
정 전 총리는 “(장유유서 언급이) 전혀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아닌데 일부 언론에서 맥락을 무시하고 보도해 발생한 해프닝”이라며 “제 발언의 취지는 젊은 후보가 보수 정당의 대표 선거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른 것은 큰 변화고, 그런 변화가 긍정적이라는 평가였다”고 말했다. 이어 “(전날 인터뷰에서) 제가 속한 민주당은 그것보다 더 큰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된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는 전날(25일)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대선 관리라는 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데, 경륜 없이 할 수 있겠는가”라며 “거기다 우리나라엔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도 있다. 나는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지만, (국민의힘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당내서도 “자칫 꼰대정당으로 낙인찍힐까 걱정스럽다”(박용진 의원)는 등의 반응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이날 정 전 총리의 뉴스공장 재출연은 사회자 김어준씨측의 권유로 이뤄졌다고 한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정 전 총리에게 “아무래도 좀 억울하셨을 것 같다”며 “언론에서 ‘장유유서’라는 단어를 딱 떼서 ‘꼰대다’ 이렇게 몰아간 것 아니냐. 당해보시니 어떻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전 총리는 “저희 같은 사람들이야 이겨낼 수 있는데, 비슷한 사례 때문에 상처받는 국민들이 많이 계실 것”이라며 “그래서 언론개혁이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유유서’ 발언에 대해 당원게시판에도 “대선 나오지 마세요”“꼰대”등의 부정적 반응이 이어지자 정 전 총리 캠프는 진화에 총력전을 펴고 나섰다. 전날 오후 SNS를 통해 해명 글을 올린 데 이어 언론들을 개별 접촉하며 “‘장유유서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빠른 이미지 변신에 초점을 맞출 계획도 세웠다. 정 전 총리 캠프 관계자는 “전혀 그런 문맥이 아닌데 특정 단어만 부각시켜 논란이 되니 캠프도 당황한 분위기”라며 “지금까진 검찰·언론개혁 주장에 무게를 뒀지만 앞으로는 경제·돌봄 등 다양한 분야 정책을 발표하며 ‘준비된 일꾼’으로서 면모를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계 좌장인 안규백 민주당 의원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발표된 정책 구상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내부에선 경쟁자나 야당에 각을 세워 ‘선명성’을 부각하려던 전략이 독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전 총리는 총리직 사임(지난달 16일)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해 “그분이 중대본 회의에 나오지 않아 (백신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지난달 26일)며 날을 세웠고 최근엔 검찰·언론과의 전선을 강조해 왔다. “대한민국의 검찰 공화국 전락을 내버려 두지 않겠다”(지난 23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그런 인기는 오래가지 않는다”(지난 24일)는 등의 말이 연일 이어졌다. 이런 면모를 스스로 “파이팅 스피릿”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의 한 측근은 “강경한 주장들을 앞세우는 과정에서 평소의 온화함과 포용적인 면모, 경제인 출신으로서의 안정감 등 장점이 잘 부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인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총리는 “기업인들이 활발히 사업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신경제 3불(납품단가 불공정, 플랫폼 사업장 시장 불균형, 조달 제도 불합리) 개선 등을 통해 중소기업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