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권위, 서울시에 ‘코로나 노숙인’ 생존권 보장 권고

중앙일보

입력

패딩을 겹겹이 껴입은 노숙인. 중앙포토

패딩을 겹겹이 껴입은 노숙인. 중앙포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숙인의 생존권과 안전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서울시에 개선 사항을 26일 권고했다. 인권위가 서울특별시장에게 권고한 내용은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노숙인복지시설을 정비하고 대응지침 개선 ▶임시주거지·무료급식 제공 등의 사업 확대 ▶노숙인 환자를 위한 응급조치와 의료지원 체계 개선 등이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노숙인복지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일시보호시설 내 응급잠자리·무료급식이 일시 중단되면서 노숙인의 기본적 생존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시 관할 노숙인종합지원센터 내 일시보호시설 2개소에 대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일시보호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분류나 밀접접촉자 격리가 지연되는 등 업무처리절차에 따른 대응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기관인 관할 보건소가 아닌 확진자가 발생한 일시보호시설에서 직접 밀접접촉자를 확인하고 분류했으며, 서울시는 사전에 확진자를 위한 격리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인권위는 "여러 복잡한 상황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보건소가 확진환자를 인지한 당일(24시간 이내) 격리조치를 해야 한다'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대응지침을 준수하지 못했다"며 "동일집단격리된 노숙인의 건강권 보호에 있어 적정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은 거리노숙인의 코로나19 발생 관련 대응과정을 재검토해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가 발생한 경우 신속하고 안전하게 격리돼 생활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며 "이런 내용을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교육할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서울역광장 노숙인. 연합뉴스

서울역광장 노숙인. 연합뉴스

인권위는 또 서울시가 지원하는 노숙인을 위한 응급잠자리 시설은 밀폐적 구조인 데다 수용된 인원이 과밀해 집단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선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노숙인을 위한 '임시주거지원사업'을 확대하고 감염병 예방이 가능한 대체숙소를 제공할 것을, 아울러 하루 급식 제공 횟수의 확대 등 노숙인 급식 관련 예산을 늘릴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노숙인의 의료지원 환경 역시 열악해졌다. 서울시의 종합병원급 노숙인진료시설 9개소 중 7개소가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다. 인권위에 따르면 4개소의 병원에서 노숙인의 입원치료가 일시 중지됐고, 수술치료 병원도 3개소로 축소 운영돼 노숙인 응급환자의 입원 의뢰나 병원 이송이 병상의 부족 등을 이유로 거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서울시장에게 "노숙인진료시설을 점검해 노숙인 의료지원이 지체되거나 거부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