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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발탁한 서울시 간부, 靑 검증서 탈락···땅 투기 의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첫 인사에서 발탁한 황보연 서울시 기획조정실장 직무대리가 청와대 인사검증에서 탈락했다. 서울시 기조실장 내정자가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조실장 검증 탈락은 처음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시는 “황보연 직무대리가 청와대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김의승 경제정책실장을 후보자로 선정해 인사검증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서울시 기조실장은 서울시의 행정ㆍ예산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서울시가 임명을 제청하면 청와대의 인사 검증을 거쳐 대통령 재가로 임명된다. 김의승 실장 임명 전까지는 황보연 직무대리가 계속 직무를 맡는다.

황 직무대리가 청와대 검증에서 탈락한 배경에는 ‘한남3구역 투기 의혹’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정의당 소속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원은 황 직무대리를 부동산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으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한남동 재개발 땅 의혹받아

한남동 재개발 사업에 관여한 공직자가 해당 구역 주택을 구매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황 직무대리는 2017년 11월 용산구 한남3구역에 대한 ‘환경영향 평가 검토 결과 보고서’를 결재했고, 9일 뒤 한남3구역 내 주택과 토지를 약 10억 원에 사들였다. 한남3구역은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2019년 재개발 인가를 받아 가격이 급등했다.

의혹을 제기한 권 의원은 “한남 3구역은 서울의 재개발 구역들 중에서도 ‘노른자’라 불리며 한남 뉴타운 지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재개발이 진행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황 직무대리가 결재 과정에서 이러한 정보를 알게 돼 주택 구입에 나섰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의승 경제정책실장 대신 내정

 그동안 황 직무대리는 투기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그는 의혹 발생 당시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했고 서울시 감사위원회에서도 사적 이득을 취한 게 없다고 판단이 끝난 사안”이라고 했다. 당시 자신이 결재 부서장이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의결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구조여서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남3구역은 이미 2017년 초에 재개발 건축심의를 통과해 “7부 능선”을 넘은 상태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 시장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황 직무대리를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의혹이 몇 년 전부터 나왔지만 시 감사위에서 문제가 없다고 파악한 사안이라서 청와대 검증을 통과 못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오 시장이 취임 직후 첫 고위 간부 인사안이 청와대 문턱을 넘지 못하자, 시 내부에서는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서울시 기조실장 자리 공백도 더 길어지게 됐다.

청와대가 전례 없는 ‘검증 탈락’ 조치를 취한 건 지난 3월 불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땅 투기 의혹 사건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 측 인사는 “다른 문제도 아니고 현 정부의 아킬레스 건이나 다름없는 땅 투기 의혹이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현재 경찰 수사를 받는 대상자를 고위 공직자에 임명하기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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