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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조작은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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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87년 KAL 858기 폭파사건과 92년 발표된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에 대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정원)의 '기획 조작설'은 근거가 없는 의혹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 정권 차원에서 이 두 사건을 정략적으로 활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진실위.위원장 오충일)는 1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본지 8월 1일자 12면>

진실위는 KAL기 사건과 관련, "범정부 차원에서 대선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KAL기 폭파사건을 활용했음을 확인했다"며 "(87년) 12월 2일 수립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공작(무지개공작)'계획 문건을 확인했고, 정부의 태스크포스 설치 문건도 있었다"고 말했다.

진실위는 새로운 사진을 근거로 김현희씨가 북한 출신임을 확인하고, 북한의 특수공작원인 김승일.김현희의 '폭탄테러에 의한 추락'으로 추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진실위는 이른바 김현희 '화동(花童) 사진'의 진위 논란과 관련, 72년 11월 평양 남북조절위원회에 나온 화동 중에 북한 중학생이던 김현희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진을 일본에서 새로 확보했다.

진실위는 앞으로 김현희와의 면담과 미얀마 해저에서 발견된 KAL 858기 동체 추정 인공조형물의 정밀 탐사를 실시해 사건 발생 19주기인 11월 29일까지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진실위의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KAL 858기 가족회 차옥정(69) 회장은 "진실위의 발표는 한마디로 황당하고 신빙성이 없다"며 "사진만으로 김현희가 북한 출신이라 주장하는 것은 억지이며, 갑작스러운 잔해 발견 과정에도 의문점이 많다"고 비난했다.

조선노동당 사건과 관련, 진실위는 "안기부 발표의 기본 내용은 사실이지만 개별적인 3개 사건을 기계적으로 결합해 단일 사건으로 부풀려졌다"고 판단했다. 진실위는 "10월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간첩단과 정치인 관련설'과 같은 미확인 첩보, '북한의 민주당 지지 지령'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공개한 것은 문제"라며 "그러다가 대선 이후 '간첩단 관련 정치인 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한 것은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실위는 "어느 면에서는 안기부가 실질적으로 대선 과정에 개입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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