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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인정욕·과시욕 커진 90년대생, 현실이 안 따라주니 분노 증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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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임명묵

임명묵

‘90년대생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K-를 생각한다』 저자 임명묵 #사회적 계급 대물림한 90년대생 #헬조선이 차라리 헤븐이라 생각

신간 『K를 생각한다』(사진)의 부제다. 1994년생 서울대 재학생인 저자 임명묵씨가 90년대생, 586, 교육, 코로나 방역 등에 대해 풀어놓는 책. 90년대생이 직접 화자란 점에서 기존의 90년대생에 주목한 책들과는 다르다. 그는 ‘90년대생’을 개인주의라거나 ‘X세대’의 아류라고 보는 데 대해 ‘아니오’라고 답한다. 모바일과 SNS·양극화 등 X세대와는 다른 배경에서 자랐고 ‘이 대남’ 현상이 보여주듯 정치·사회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탈정치를 표방한 X세대와는 다르다. 20일 임씨를 만났다.

'K를 생각한다'

'K를 생각한다'

90년대생과 90년대 나타난 ‘X세대’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90년대생은 일단 인격적으로 완성되기 전인 10대부터 스마트폰과 SNS이라는 ‘무기’가 주어지면서 사회에 접속했다. 24시간 실시간으로 남과 비교하며 인정욕구와 과시욕구는 커지는데 자신을 둘러싼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거기서부터 스트레스와 분노가 증폭된다. 그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투쟁’을 잠재하게 했다.”
X세대는 10~20대에 미래를 희망 있게 봤다. 90년대생은 어떤가.
“90년대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사회적 계급을 대물림하게 된 세대다. X세대 땐 소수 부자를 제외하면 대체로 배경이 균질화된 부모를 둔 사회였다. 그런데 586이 기성세대가 되면서 학력·주택 등 사회적 격차가 급속도로 벌어졌다. 그 격차를 유년시절부터 체감한 세대가 90년대생이다. ‘흙수저’ ‘헬조선’ 같은 담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과 이야기하다 실은 2012년 ‘헬조선’ 이야기를 할 때가 ‘헤븐’이었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만큼 더 악화했다는 것이다.”
586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무조건 ‘꿀빤 세대’로 깎아내리자는 건 아니다. 다만 거대한 인구집단이면서 대학 때 학생운동에 직간접 관여하면서 얻은 서사와 개념을 정서적으로 내면화한 세대다. 세월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당시 주입한 ‘반미-반제’의 세계관에서 업데이트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는 열심이다. 그러니 미국에 반감을 가지면서 자기 자식들은 유학 보내는 것이다. 산업화 세대의 부의 축적을 비판했지만, 자신들이 비판받으면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라는 식으로 회피한다.”
K방역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사실 K방역 성공은 병영국가처럼 전시동원체제를 만들 수 있어서다. 국민의 동선을 추적하고, 특정 지역을 고립하고, 의료진을 투입해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하게 만들었다. 기본권을 억압하고 빠른 속도로 공공의 이해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필요한 행정이었을지는 몰라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그것을 ‘K민주주의의 승리’라는 식으로 홍보하는 것이 모순됐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K방역’이라는 딱지는 우리 안의 민족주의를 발현시키면서 자긍심을 얻고자 한 것일 텐데, 결국 백신 구매를 늦춘 것도 어떻게든 자국산 치료제로 대응하려다가 벌어진 사고라고 본다.”
20대는 문재인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했지만, 지금은 거대한 반대 세력이 됐다.
“요즘 20대 남성들에게 문 대통령을 일본 만화 ‘진격의 거인’에 등장하는 거인과 비교하는 밈이 있을 정도로 부정적 정서가 팽배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컸고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할 거라고 봤는데 나아진 것은 없고 특히 남성은 되려 무시당한다는 감정이 누적됐다.”  
20대 남성으로서 요즘 이준석-진중권의 ‘페미 논쟁’은 어떻게 보는가.
“현재 20대 남성은 마초성을 탈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50대 남성이 20대 남성에게 양성평등을 가르치려 하고, 여성에게 주어지는 가산점 등에 반발하면 ‘남자가 찌질하게 왜 그래’라는 식으로 핀잔주고 ‘반페미’라고 공격하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는 20~30대 남녀가 토론하고 충돌해야 그 안에서 뭔가 합의점이 나오고 일종의 신사협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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