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대만 언급에…中 외교부 "불장난 말라" 발끈

24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 측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신경진 기자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처음으로 언급된 데 대해 중국 외교부가 “불장난 말 것을 촉구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협력도 밀접하다며 유화적인 입장을 밝혀 대조를 보였다.

"韓기업, 中에도 투자, 중요한 역할 맡아" #"대북 접촉 지지…中, 건설적 역할 할 것"

자오리젠(調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대한 중국의 공식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 질문에 우선 “한·미 관계 발전이 중국을 포함한 제3국 이익에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자오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순전한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부 세력도 간섭할 수 없다”며 “대만 문제에 대해 말과 행동을 삼가고 불장난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항행과 비행의 자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타국을 겨냥한 쿼드(QUAD)나 인도·태평양 전략 등 소집단에 반대한다”며 “그런 수법은 인심을 얻을 수도, 목적을 달성할 수도, 탈출구도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 "우리는 남중국해 및 여타 지역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 및 항행·상공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 존중을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고 언급했다.

중국 측은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한국 기업은 중국에도 대량으로 투자했고 중국과 협력도 밀접하다”며 “계속해서 한·중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 “성김 한반도 특별 대표 임명에 대해 중국은 대화와 접촉을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건설적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비핵화 협상과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는 '쌍궤병진'과 단계적 해결,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언급하며 정치적 타결을 재차 강조했다.

800㎞ 사거리 제한을 없앤 한·미 미사일 협정 폐지에 대한 질문에는 “한·중은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며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맞았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시진핑(習近平·68) 주석의 방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제공할 소식이 없다”고만 언급했다.

한편, 정상 회담 직전 온라인판에서 “대만 언급은 한국에 독약이 될 것”이라며 압박했던 환구시보는 24일 자 지면에선 특별히 대만 문제를 강조하지 않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