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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보병전” 대선 경선 앞두고 조직 다지는 與 잠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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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의 몸집 불리기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7월 막을 올리는 완전국민경선에서 대비하기 위해서다. 완전국민경선에선 투표권을 자동으로 받게 되는 당원(80만명 안팎 추산)과 새로 선거인단에 가입한 국민들이 모두 1표를 행사하게 된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여론조사로 치러지는 예비경선에서 걸러진 6명이 완전국민경선에 진입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간 결선투표를 벌인다.

대선 캠프에 4번에 참여했다는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평상시의 지지율 경쟁은 주자들의 말과 행보에 영향을 받아 출렁이는 공중전이라면 선거인단 확보 경쟁은 일종의 보병전”이라며 “탄탄한 조직은 지지율 추락의 안전판이자 반등의 발판 기능을 하고 지지율 박빙 상황에선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의 ‘반격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3일 ‘신복지 경기포럼’ 창립행사에 참석했다. 박광온·윤영찬·오영환·설훈·양기대·홍기원·김철민·김주영 의원 등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이낙연계’ 의원 8명을 포함해 2만1100여 명이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행사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안마당이나 다름 없는 경기 수원시 경기종합노동복지회관에서 열렸고 이 전 대표 측은 보도자료에서  “2만여 명의 발기인은 이 지사의 전국 지지모임 조직인 ‘민주평화광장’ 발기인 수인 1만5000여명을 뛰어넘는 규모”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에게 여권 1위 자리를 이 전 대표는 4·7 재보선 패배 이후 실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5월 4~6일)에선 5%를 기록해 이 지사(25%)에 크게 밀리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전 대표 측은 신복지포럼이 지지율 반등의 발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23일 자신의 지지모임인 '신복지 경기포럼' 발기인대회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23일 자신의 지지모임인 '신복지 경기포럼' 발기인대회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전 대표 측 인사는 “이미 광주, 부산 등에도 신복지포럼을 구축했다. 전국에 수십만명 규모로 조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측의 조직망은 지지 의원들과 연결된 신복지 포럼, 씽크탱크 조직인 ‘연대와 공생’과 ‘낙연 포럼’ 등 자생적 지지 그룹 등으로 직조되고 있다.

이재명의 ‘물량전’

"캠프 규모를 최소화할 것"(이재명계 재선 의원)이라던 이 지사 측도 지난 12일 1만5000명 규모의 민주평화광장(공동대표 조정식 의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출범 이후 전국 조직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전 지사 측은 내달 중순 출범을 앞둔 ‘공명포럼’ 발족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임종성 의원 등이 주도하는 이 포럼의 이름은 이 지사가 핵심 가치로 내세우는 공정의 ‘공’과 이재명의 ‘명’을 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민주평화광장이 이재명계·이해찬계 의원단 18명이 주축이 돼 정·관계와 학계, 문화계 등의 정치 고관여층 중심이라면 공명포럼은 지역·직업·연령이 제각각인 일반 지지자 결합체다.

이 지사 측 인사는 “대선 경선·본선에서 ‘실핏줄’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10만여명 규모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 측이 조직에 열을 올리는 건 승부를 결선 투표까지 끌고 가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중립지대에 속한 한 재선 의원은 “이 지사가 분명 여권의 압도적 1위 주자지만 뿌리가 약해 1대1 결선에선 승패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성공포럼' 창립 총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 등이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성공포럼' 창립 총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대세론을 타고 이 지사의 조직 기반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지난 20일 출범한 ‘성장과 공정 포럼’(성공포럼)에 의원 35명이 가입했다. 애초 목표 30명을 초과달성한 결과다. 충청권 재선 의원은 “성공포럼은 가입 서류를 일일이 받아 만든 결사체적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에선 온라인에 기반을 둔 수만 명 규모의 지지모임 ‘손가락혁명군’을 조직해 경선에서 3위를 했다. 익명을 원한 이재명계 의원은 “이 지사를 지지하겠다고 찾아온 모임 리더만 10여명”이라며 “자생적 지지 조직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종류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정세균의 ‘지구전’

'신복지 포럼’과 ‘공명 포럼’과 맞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무기는 ‘우정포럼’이다. 현재 3만5000여 명 규모로 전국에 조직돼 있다는 게 정 전 총리 측의 설명이다. “팬클럽 성격”(정 전 총리 측 인사)이라지만 김영주·이원욱·김성주·안호영 의원 등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우정포럼 발대식에 참여하거나 축사를 띄우며 접촉하고 있다. 정세균계의 한 중진 의원은 “우정포럼을 지역·직업별로 단체 카톡방을 별도로 만들어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2년에 치러진 18대 대선 경선에 도전하면서 만든 전국 조직 ‘국민시대’도 빠르게 조직을 재건하고 있고 의원 모임인 ‘광화문 포럼’은 이미 가입한 현역의원이 64명으로 이미 당내 최대 규모다. 정세균계 한 초선 의원은 “외형상 숫자는 적을지 모르지만 정 전 총리의 조직은 역사와 뿌리가 깊다”며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도 특유의 결속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16일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지지 의사를 밝히며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택·김교흥·김성주 의원, 정 전 총리, 윤준병·안호영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16일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지지 의사를 밝히며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택·김교흥·김성주 의원, 정 전 총리, 윤준병·안호영 의원. 연합뉴스

오는 27일 대선 출사표를 던질 친노(친노무현) 이광재 의원은 조직화보단 어젠다 설정에 주력하고 있다. 이 의원을 돕는 한 재선 의원은 “기존 방식보단 비대면 시대에 맞는 ‘디지털 캠프’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부산·경남에선 이미 6명 중 3명의 재선 의원(박재호·전재수·김정호)이 합류해 조직세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9일 여권 주자 중 처음으로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전국에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 지부를 설립하며 나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내달 출마선언이 유력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친문(친문재인) 당원들을 만나며 지지를 모으고 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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