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ㆍ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미국의 선진기술과 한국의 생산역량을 결합한 한ㆍ미 백신 글로벌 포괄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당면 과제인 코로나 극복을 위해 힘을 모을 것”이라며 “양국의 협력은 전 세계의 백신공급을 늘려 코로나의 완전한 종식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사실상의 코로나 백신의 생산 허브로 만들어 백신을 전 세계에 대량 공급한다는 데 양 정상이 합의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백신 생산을 더 촉진하고 그것을 통해 전세계 배신 공급을 빠르게, 더 많이 이루게 될 것”이라며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공급에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한국도 백신의 안정적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는 “한국의 매우 정교하고 뛰어난 회사와 함게 엄청난 양의 백신을 생산할 것”이라며 “2021년 하반기와 2022년에 걸쳐 10억 명 접종 분량의 생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문 대통령과 단지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공급을 논의했다”며 “두 국가는 최대한 모든 세계인에 대한 보호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해외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던 8000만회 분량의 백신 중 당장 한국으로 도입할 수 있는 분량은 55만명분에 그쳤다. 양 정상은 이 물량을 들여와 한국군 전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55만명의 한국군은 미군과 자주 접촉한다”며 이들 55만명의 병력을 대상으로 백신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ㆍ미 동맹 차원에서 이러한 결정을 했다”며 “한국군에 대한 백신 공급 발표에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발표는 한ㆍ미 동맹의 특별한 역사를 높은 분야로까지 확장한 특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바이든 대통령 주요 발언.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당초 청와대에서는 백신의 직접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 될 거란 우려가 많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 직전까지만해도 “백신 생산 허브 구축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당장의 백신 공급 물량이 적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외교가에선 “한ㆍ미 정상이 막판 조율을 통해 '제한된 분량의 백신을 한ㆍ미 동맹 차원에서 한국군 전체에 공급한다'는 명분을 앞세우는 일종의 ‘묘수’를 찾은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이날 양 정상은 한국군에 대한 백신 공급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 역시 “장차 미국에서 준비되는대로 발표할 것”이라고만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백신 지원 방식과 관련 “미국이 ‘한ㆍ미 동맹 차원에서 미군과 연합작전을 수행하는 한국군에 대해 미국 정부가 책임을 다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며 “(미국이) 조건없이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제공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백신 종류에 대한 논의도 없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백신 도입을 위해)가능한 모든 대안을 검토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스와프도 검토됐다”며 “미국으로서는 한ㆍ미 양자간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료 체계가 부실하고 확진자도 많고 치명률도 높은 취약한 국가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스와프 등으로 백신을 대량으로 도입하려던 시도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토로한 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신 한국군에 대한 (백신)지원은 최초고, 미국에서 한 적이 없지 않느냐”며 “이 정도는 미국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보고, 모든 우리의 ‘위시리스트’를 다하는 것은 동맹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외교의 기본도 아니라는 점을 평가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ㆍ미 정상은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구축과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술적 진보에 있어서도 한국과 미국이 협력해 부상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공동의 목표를 향해갈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5G 이동통신 네트워크도 보다 잘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한 대대적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SK, LG 등 공동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한국 기업 CEO들을 지목하며 "회사의 대표님들, 잠깐 일어나주시겠습니까.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도 “양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민간 우주탐사, 6G, 그린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미국과 한국의 만남은 새로운 시대를 향한 양국 협력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자주 소통하며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위싱턴=공동취재단, 서울=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