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떠나는 팔도 유람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5.22 05:00

업데이트 2021.05.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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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이 21일 새 디지털 싱글 'Butter'를 발표했다. 김상선 기자

방탄소년단이 21일 새 디지털 싱글 'Butter'를 발표했다. 김상선 기자

방탄소년단(방탄)이 21일 ‘Butter’로 컴백했습니다. 오후 1시 유튜브에 뮤직비디오가 올라왔는데, 21일 오후 10시 현재 6000만 뷰가 넘었습니다. 빌보드 싱글 1위를 찍었던 ‘Dynamite’보다도 빠르다고, 우리 집 중3 아미가 열을 올립니다.

방탄은 레저 부문에서도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방탄이 왔다 갔다 소문만 나면 휑한 바닷가도 별안간 관광 명소로 둔갑해서입니다. 뮤비 촬영지는 물론이고, 멤버가 데뷔 전 다녔던 음악 학원, 멤버가 어릴 적 놀았던 동물원도 이내 성지가 됩니다. ‘Butter’ 뮤비는 불행히도 스튜디오에서만 촬영했더군요.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봄날'의 앨범 재킷 사진을 촬영한 강원도 강릉 향호해변. 사진을 촬영한 뒤 버스 정류장 세트를 철거했는데, 아미들이 휑한 해변까지 찾아오자 강릉시가 뒤늦게 세트를 지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봄날'의 앨범 재킷 사진을 촬영한 강원도 강릉 향호해변. 사진을 촬영한 뒤 버스 정류장 세트를 철거했는데, 아미들이 휑한 해변까지 찾아오자 강릉시가 뒤늦게 세트를 지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방탄은 의외로 지역성을 당당히 밝힙니다. 지역 출신 멤버들이 많은데, 제 고향 자랑이라면 누구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2018년 방탄이 유엔에서 연설했을 때 리더 RM은 굳이 ‘서울 근교 일산에서 태어났다’고 소개합니다.

방탄의 초창기 노래 중에 ‘팔도강산’이 있습니다. ‘찐아미’ 정도나 아는 노래인데, 대구 출신 슈가와 광주 출신 제이홉이 사투리로 랩 배틀을 합니다. ‘하모하모 갱상도 쥑인다 아인교!! 아주라 마!!/ 우리가 어디 남인교!!’ ’거시기 여러분 모두 안녕들 하셨지라/ 시방 뭐라고라? 흐미 어찌아쓰까나’. 이런 랩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어집니다.

2015년 방탄은 멤버들이 자신의 고향을 노래하는 ‘Ma City’를 발표합니다. 이 노래는 가사를 음미해야 합니다. 우선 아래 가사를 읽고 어느 지역일까 알아맞혀 보세요.

‘나 KIA 넣고 시동 걸어 미친 듯이 Bounce/ 오직 춤 하나로 가수란 큰 꿈을 키워/…/ 전국 팔도는 기어/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 다 눌러라 062-518’.

제이홉이 들려주는 제 고향 광주 이야기입니다. 기어가 아니라 KIA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7시는 뭘까요. 극우 네티즌이 광주를 지칭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광주가 7시 방향에 있기 때문이라지요. 고향을 비하하는 표현을 제이홉은 당당히 재인용하고 있습니다. 멋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숫자 ‘062-518’. 062는 광주 지역 전화번호이고, 518은 5·18민주화운동을 가리킵니다. 늘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제이홉이 제 고향을 말할 땐 자못 심각한 주제도 다뤘습니다.

슈가도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슈가는 ‘Agust D’라는 이름이 하나 더 있는데요. 거꾸로 하면 'DT(Daegu Town) suga’가 됩니다. 대구의 슈가란 뜻이지요. 슈가는 스포츠 매니어이기도 합니다. 이름 슈가는 설탕(Sugar)이 아니라 농구 포지션 ‘슈팅 가드’의 줄임말입니다. 슈가는 야구도 좋아합니다. ‘Ma City’엔 그래서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수혈 받기엔 좀 힘들어/ 몸속에는 파란 피’. 대구 연고 삼성 라이온즈의 파란색 유니폼에서 나온 표현입니다.

방탄에는 부산 출신 멤버가 둘이나 있습니다. 지민과 정국이. 하나 ‘Ma City’에서 부산은 흥겨운 코러스에서만 등장합니다. ‘자 부산의 바다여/ Say la la la la la/ 푸른 하늘 아래 this sky line/ Say la la la la la/ 아재들은 손을 들어/ 아지매도 손 흔들어’. 뭐, 부산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푸른 하늘 아래 부산 바다에서 신나게 놀면 되지.

고양세계꽃박람회 현장.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에선 1997년부터 코로나 사태 전까지 해마다 세계꽃박람회가 열렸다. RM이 고향 일산을 꽃의 고장이라고 노래한 까닭이다. 중앙포토

고양세계꽃박람회 현장.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에선 1997년부터 코로나 사태 전까지 해마다 세계꽃박람회가 열렸다. RM이 고향 일산을 꽃의 고장이라고 노래한 까닭이다. 중앙포토

RM의 일산 자랑은 차라리 찬가입니다. ‘It’s the city of the flower/…/ 집 같던 라페스타 또 웨스턴돔/ 어린 시절 날 키워낸 후곡학원촌 uh/ 세상에서 가장 조화로운 곳 uh/ 자연과 도시, 빌딩과 꽃 uh’. 가사에서 라페스타와 웨스턴돔은 일산을 대표하는 젊음의 거리입니다. 경기도 과천 출신 진과 대구에서 자란 뷔는 ‘Ma City’에서 코러스만 담당합니다.

지역마다 관광만이 살 길이라고 합니다. 하나 얼마나 치열하게 제 콘텐트를 고민하는지 의문입니다. 지역 고유의 장점을 살릴 생각은 안 하고, 허구한 날 출렁다리나 짓고 케이블카 타령만 늘어놓습니다. 방탄을 좀 들으시지요. 시장·군수님 행사에 초청할 궁리만 하지 마시고.

손민호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이 칼럼은 우리 집 아미의 엄격한 자문을 거쳤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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