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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옥죄는 연좌제 언제까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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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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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관광 1번지 남이섬이 친일파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남이섬

한류 관광 1번지 남이섬이 친일파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 남이섬

남이섬 기사를 쓸 때마다 ‘친일파 댓글’이 쏟아진다. 이를테면 2019년 12월 남이섬 입구에 다리가 건설될 판이라고 보도했을 때 포털 사이트에 악플 3000여 개가 달렸다. 지난주 ‘남이섬 동생’ 탐나라공화국이 개장한다고 썼을 때도 악플 400여 개가 올라왔다.

악플처럼 남이섬은 친일파 유산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이미 언론사 10여 곳과 네티즌 수백 명이 허위 정보를 게재했다가 처벌을 받았거나 잘못을 빌었다. 친일파 논란을 쟁점별로 정리했다.

우선 남이섬 설립자는 친일파인가. 남이섬 설립자가 수재 민병도(1916∼2006) 회장이다.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에서 작성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은 물론이고,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민병도라는 이름은 없다.

수재가 친일파 후손인 것은 맞다. 일제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 민영휘(1852~1935)가 수재의 할아버지다. 적통은 아니다. 민영휘의 서자(庶子) 중에 민천식이 있었는데, 수재가 민천식의 양자(養子)다. 서자의 양자도 자손이다. 그러나 친일파 후손과 친일파는 같은 말이 아니다.

남이섬 설립자 수재 민병도 회장. 사진 남이섬

남이섬 설립자 수재 민병도 회장. 사진 남이섬

무엇보다 남이섬은 물려받은 재산이 아니다. 남이섬은 수재가 1965년 한국은행 총재에서 퇴임하고서 월급과 퇴직금 등을 모아 샀다. 수재는 한국은행에서 퇴직할 때까지 28년간 은행에서 일했다. 남이섬은 1966년 ㈜경춘관광개발로 법인 등록됐고, 2000년 ㈜남이섬으로 상호 변경됐다. 유산으로 남이섬을 샀다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에는 ‘명성황후 비자금으로 남이섬을 샀다’는 소문도 떠돈다. 이와 관련한 법원 판단이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19년 6월 29일 판결문의 일부 대목을 인용한다.

‘민병도가 남이섬을 매입할 당시 남이섬의 매입가격은 161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2018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약 6억1105만9400원 정도인 바, 당시까지 민병도가 쌓아온 사회적 경력과 이에 수반하여 축적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자력을 고려하면, 민병도가 스스로 구입 가능하였을 금액으로 보인다.’

남이섬은 2016∼2018년 거짓 정보에 법적으로 대응한 적이 있다. 이를테면 언론사 15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고, 악성 게시물을 작성한 네티즌 85명을 형사고소했다. 이들 분쟁에서 남이섬은 진 적이 없다. 이 기간 포털 사이트에서 악플 1300건이 삭제됐다.

대표적인 한류 관광 명소가 악의적인 소문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수재는 반세기 가까이 남은 평생을 남이섬에 나무 심으며 보냈다. 남이섬이 한류 명소로 거듭났던 건, 전문 경영인 강우현(68) 전 대표가 이끌던 시절의 일이다. 남이섬이 싫으면 안 가면 그만이다. 욕하는 것은 책임이 따르는 문제다.

손민호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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