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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사업·재산소득 감소…가계, 1분기 나랏돈 받아 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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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일러스트=허윤주 디자이너

일러스트=허윤주 디자이너

올해도 가계 살림은 팍팍하다.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이 많이 늘었다. 이마저도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가계 지갑을 채웠다.

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벌어들인 돈보다 쓴 돈 많이 늘어 #이번에 1인가구 등 포함 기준 바꿔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다. 소득이 늘기는 했지만, 가계 사정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가계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근로소득(277만8000원)은 1.3% 감소했고, 사업소득(76만7000원)도 1.6%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면서 음식·숙박 등 대면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었고, 자영업도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재산소득도 14.4% 줄었다. 가계의 근로·사업·재산소득이 한꺼번에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근로사업재산소득 모두 감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근로사업재산소득 모두 감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일하게 이전소득(72만3000원)이 16.5% 늘었다. 경제활동을 통해 올린 소득이 아니라 정부나 다른 사람에게 받은 돈을 뜻한다. 1분기에는 3·4차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나눠준 공적이전소득은 27.9% 증가했다. 그러나 각자의 살림살이에 바빠지며 가구 간 주고받는 사적이전소득은 2.4% 줄었다.

씀씀이도 함께 늘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연초 도·소매 등에서 소비심리가 회복하며 지출이 다소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29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했고, 이 가운데 생활비로 쓰이는 소비지출은 241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1.6% 늘었다. 특히 식료품·비주류음료(7.3%), 주거·수도·광열(6.8%), 가정용품·가사서비스(14.1%), 교육(8.0%) 등에 돈을 더 썼다.

지출 어디서 늘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출 어디서 늘었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소득보다 지출이 더 큰 폭으로 늘면서 가계부 흑자액은 쪼그라들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109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소득 격차는 좁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는 하위 20%(1분위)보다 6.3배 많은 소득을 올렸다. 지난해 1분기에는 6.89배였다.

시장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은 상황에도 정부는 “적극적 정책대응으로 총소득이 상승했다”고 자평했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소득분배 개선은 그간의 포용정책 강화의 토대 위에 코로나19 피해 지원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경기 회복세가 전반적 고용·소득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통계 공표 기준 바뀌며 지표 개선=통계청은 이번 통계 공표부터 1인 가구와 농림어가를 포함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맞게 작성 기준을 변경했다. 공표 기준이 바뀌자 일부 소득·분배 지표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2인 이상 비농림어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0.7% 감소했다. 그러나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분배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도 기존 기준을 적용하면 2019년 4분기 4.80배에서 지난해 4.81배로 악화했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같은 기간 5.83배에서 5.78배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1인 가구 비중이 높아진 한국의 경제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공표 기준을 개편한 것”이라며 “전문가의 심의를 거쳐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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