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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성 정체성 혼란" 김성태 이말이 명예훼손 아닌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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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과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과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김성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모욕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2단독 황순교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임 소장이 김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2018년 7월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이던 김 전 의원은 “군인권센터라는 시민단체는 연이어 군 내부 기밀을 폭로하고 대통령은 이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연이어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며 군인권센터를 언급했다. 그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라 하시는 분은 성 정체성에 대해서 혼란을 겪는 자”라며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 임 소장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구속됐었던 전력이 있는 자”라며 “문재인 정권과 임 소장과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지 명확히 밝히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들에게 “임 소장이 나는 지금 성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는 질문을 받자 김 전 의원은 “그때 사정과 지금 사정이 달라진 거죠. 화면에 비친 화장 많이 한 그 모습, 또 그런 전력을 가진 사람이 군 개혁을 이야기하는 게 상황이 맞는 것인가”라고 발언했다.

임 소장은 직후 검찰에 김 전 의원을 고소했다. 검찰은 “공적 인물에 대한 진술은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국회의원이 직무상 행한 발언으로 면책특권 대상이 된다”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자 임 소장은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판사 “부적절하지만 법적 책임질 정도는 아니다”

황 부장판사는 먼저 “군인권센터와 현 정권의 유착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특별히 관련성 없는 개인적인 성적 취향이나 과거 전력을 결부시켜 발언한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의 발언은 임 소장이 성 소수자로서 여러 공적 활동을 하면서 이미 널리 알려진 점이고, 김 전 의원이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면서 한 발언이므로 명예훼손으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또 ‘화장 많이 한 모습’ 등의 발언에 대해서도 황 부장판사는 “인신공격적인 성격을 내포하고 있어 부적절한 표현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임 소장은 공론의 장에 나선 공적 인물로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고 봤다.

황 부장판사는 “김 전 의원이 부적절하거나 부당한 표현에 대해 도의적 책임이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로 인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져야 할 것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군인권센터는 “혐오 표현에 대처하는 법원의 실망스러운 판결을 엄중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가영‧편광현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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