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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활동하면 가맹점 계약 해지?…BHC·BBQ 등 '갑질' 제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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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치킨 가맹점주들이 지난 2018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본사에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BHC치킨 가맹점주들이 지난 2018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본사에 식자재 납품 단가 인하, 원가 공개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BHC치킨 울산옥동점주 진모씨는 지난 2019년 본사에서 가맹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진씨가 가맹점주협의회 간부로 활동하며 “본사가 광고비를 부당하게 매겨 가로챘다. 튀김용 기름도 원가 대비 2배가 훨씬 넘는 비싼 가격에 공급해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해 브랜드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는 이유에서다. BHC 본사는 진씨 뿐 아니라 협의회 간부로 활동한 6명에 대해서도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닭고기 공급을 끊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BHC의 일방적인 계약해지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가맹점 사업자 단체 활동을 주도한 가맹점주를 상대로 가맹 계약을 즉시 해지하거나 갱신을 거절한 행위(가맹사업법 위반)에 대해 비에이치씨(BHC치킨)와 제너시스비비큐(BBQ치킨)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0억3200만원을 부과했다고 20일 밝혔다. BHCㆍBBQ는 교촌치킨에 이은 국내 치킨 업계 2ㆍ3위 사업자다.

구체적으로 BHC는 가맹점 780곳이 가입한 협의회가 본사에서 공급하는 계육ㆍ해바라기유의 품질ㆍ가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내용을 언론에 제보하자 압박에 들어갔다. “허위사실을 유포해 가맹본부의 명예ㆍ신용을 뚜렷이 훼손했다”며 계약을 끊는 식이었다. BBQ도 비슷한 가맹점 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 협의회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계약종료 유예요청서ㆍ각서를 작성토록 강요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협의회의 주장이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하거나, 가맹본부의 명예 또는 신용을 뚜렷이 훼손해 가맹사업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BHC는 또 가맹점주에게 계약서에도 없는 e-쿠폰(바코드 형태 모바일 쿠폰)을 취급하도록 강제했다. 그러면서 판매액의 8%에 이르는 수수료는 가맹점에 떠넘겼다. 본사 요구를 거절하면 교육시설에 입소하라고 명령하거나 물품 공급을 중단하고 계약을 끊겠다고 압박했다. BBQ는 과다한 양의 홍보 전단을 본사가 지정한 업체로부터 사들여 제작ㆍ배포하도록 했다.

가맹사업법은 ‘을’의 위치에 있는 가맹점주에게 10년간 계약갱신 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본사가 가맹계약을 해지하려면 2개월 이상 유예기간을 줘 가맹점주가 계약위반 사항을 시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박선정 공정위 가맹거래조사팀장은 “가맹점주의 단체 활동을 보호하는 가맹사업법의 취지를 다시 확인했다”며 “단체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어려움을 가중하는 유형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지속해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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