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청춘들 빚내서 집사라? 정신 번쩍 들도록 죽비쳐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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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월17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3월17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청춘들에게 ‘빚내서 집 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집 걱정 없도록 해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9일 석가탄신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부처님, 제게 죽비로 내리쳐 주십시오’라고 글을 올리며 이같이 밝혔다.

대나무로 만드는 죽비(竹篦)는 불사를 행할 때 소리를 내어 시작과 끝을 알리는 데 쓰이거나 좌선 중 수행자를 지도할 때 쓰이는 불교 의식용 도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 및 출입기자 질의응답에서 부동산 문제를 거론하면서 “지난 재보선에서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추 전 장관은 “몇 년 사이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 심각해졌다”며 “땀은 천대받고, 땅은 목숨값의 몇십 배가 되도록 방치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양극화 현상은 나누는 시스템이 무너진 것으로, 지금의 경제 시스템이 작동 불량이라는 것”이라며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고장 난 시스템을 바로 잡고, 불로소득을 뽑아내는 것이 바로 지대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리가 제자리에 떠 있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물장구를 쳐야 하듯 가만히 있는 레임덕은 없다”며 “임기가 일 년도 안 남았다고 가만있으라고, 국정 안정을 주장하는 것은 광장의 촛불을 훅 불어서 꺼버리라는 잘못된 주문”이라고 주장했다.

추 전 장관은 “당장 내년 예산에 공공주택기금을 대폭 확충하고, 보유세를 공공주택 확충에 투입해 세금을 더 내더라도 청년주거정책, 서민주거정책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해 납세자의 조세 저항을 줄여야 한다”며 “대신 양도세는 완화해 구주택이 주택거래시장에 나오도록 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다시 촛불 정부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약속한 희망을 잊지 않았음을, 잊을 수도 없음을 정신이 번쩍 들도록 죽비를 내려 달라”고 덧붙였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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