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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방진복 입고 반도체 연구소 견학···"尹 사전지식 있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잠행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찾아 시설을 견학한 사실이 알려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물리학자인 고(故) 강대원 박사 흉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 물리학자인 고(故) 강대원 박사 흉상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관련 인사들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17일 오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정덕균 석좌교수와 공동연구소장인 이종호 교수의 안내로 연구소 내부를 둘러봤다. 정 교수는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먼저 ‘반도체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고 연락해와서 만났다”며 “세 시간 정도 견학하며 구체적인 내용을 많이 질문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정·이 교수는 생면부지의 관계인데 제3자가 다리를 놔준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수행원 없이 운전기사만 대동해 혼자 시설을 찾았다고 한다. 견학은 정 교수가 비(非)전공자를 대상으로 제작한 반도체 소개자료를 토대로 실리콘, 칩 설계 등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연구실에 있던 웨이퍼를 가리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서 들어 보인 것인가”라고 묻는가 하면, 반도체 생산 기술과 관련해 “포토레지스터에서 레지스터는 무슨 뜻인가” 등 구체적인 질문을 이어갔다고 한다. 정 교수는 “(반도체에 대해 윤 전 총장이) 이해도가 있더라. 사전지식을 갖고 구체적인 질문을 많이 했다”며 “원래 알고 있던 것에 많이 플러스 알파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연구소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인 팹(Fab) 투어를 먼저 요청해 방진복을 착용하고 30분 가량 직접 장비를 살펴봤다. 당시(17일) 월요일이어서 팹 내부에도 실험을 하고 있던 학생들이 많았는데, 윤 전 총장이 눈만 보이는 방진복을 착용하고 있어서 말을 건넨 학생은 없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윤 전 총장이 학생들이 실험하는 걸 멀리서 보고 갔다”고 전했다.

다만 실험실 밖에서 일부 학생들이 윤 전 총장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렸다는 게 윤 전 총장 측의 설명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정 교수의 연구실에서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고 나왔는데 일정 상 기다리던 학생들과 따로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가에서 이른바 ‘반도체 패권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제가 학계에 있다보니 산업체 이야기는 잘 몰라서 그런 이야기는 잘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반도체 연구인력과 관련해 교수들이 “학생들을 많이 뽑아 양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윤 전 총장도 공감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윤 전 총장이 방문한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는 지난 30여 년 동안 반도체 연구를 담당하는 석·박사 1500명 이상을 배출한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연구기관이다. 지난달 성윤모 산업통상장원부 장관이 이 곳에서 간담회를 열고 연구인력 확충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윤 전 총장도 지난달에 연구소를 방문할 계획이었는데, 성 장관의 간담회 일정을 기사로 접하고 5월로 방문을 미뤘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측근은 “연달아 연구소를 방문하면 방해가 될까봐 일정을 조정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정치인들이 잇따라 반도체 현장을 방문하는 등 정책 선점에 나선 만큼, 윤 전 총장도 본격적으로 ‘산업 공부’에 나섰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윤 전 총장은 앞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등 각계 전문가를 차례로 만나며 노동, 외교·안보, 경제 분야와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재명 경기지사 등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 참석해 반도체 산업 현황을 점검했다. 17일에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등 야당 지도부가 경기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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