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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기지개…전력사용량 확 늘었다, 산단 가동률도 8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의 제조 산업현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수출용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1.5.16/뉴스1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수출용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2021.5.16/뉴스1

19일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가장 최신 통계인 지난 3월 전력 판매량은 총 4만3074GWh(기가와트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5% 늘었다. 전력 판매량은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줄곧 감소하던 전력 판매량은 지난해 11월에 0.1% 늘며 반등한 이후, 5개월 연속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체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 판매량이 회복된 영향이 컸다.

수출 호조와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주요 산업체의 생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전력 사용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3월 기준으로 반도체(9.5%), 석유화학(6.0%), 자동차(4.7%) 등 주요 업종에서 전력 판매량이 일제히 증가했다.

한국 제조업의 '허리'인 국가산업단지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최근 발표한 ‘주요 국가산업단지 산업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국가산단 가동률은 82.1%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3월(82.1%)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국가산단 가동률은 지난해 5월 70.4%까지 떨어졌다가 하반기부터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업종별 가동률을 보면 운송장비가 90.8%에 달했고, 철강 82.0%, 석유화학 86.7%, 섬유의복 72.4% 등이었다.

제조업의 근간인 조강 생산량 역시 꾸준히 확대돼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조강은 가공되기 전 강괴 형태의 철강을 말한다. 한국철강협회 통계를 보면, 3월 조강 생산량은 606만2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늘었다. 이는 2019년 5월(627만5000t) 이후 최대다. 조강 생산량은 지난해 9월을 제외하고 3월부터 11월까지 내리 하락세를 보이다 12월에 0.7% 증가로 반등한 뒤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통계청의 '1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제조업 국내공급지수도 105.6(2015년=100)으로 한 해 전보다 3.3% 증가하며 4분기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고용 상황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날 조짐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실이 통계청 고용동향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비자발적으로 실직한 지 1년 이하인 사람(비자발적 실업자)은 170만112명이었다. 1년 전보다 21만9676명 줄어든 것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2월(-1만2843명)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직장 폐업이나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 수가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생산 현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생산량 증가는 글로벌 수요 위축에 따른 기저 효과 영향에 따른 것으로,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여전한 상황이다. 주요 공단 내 영세기업들은 여전히 코로나19의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기업들의 체감경기 지수나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 지표를 봐도 최근 들어 산업 전체적으로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다만 반도체 수급난을 겪는 자동차 업종이 위축되고 코로나19 4차 유행 우려로 인한 내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완벽한 회복 추이를 확인하려면 두세 달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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