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뭉개기…공수처, 조희연 이어 ‘수사 3호’는 이규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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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7일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이 17일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첫 번째 검사 수사 대상으로 이규원 검사를 선정했다. 검찰로부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별장 접대 의혹 부분이 포함된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혐의 사건을 이첩받은 뒤 2개월가량 뭉갠 끝에 내린 결정이다.

檢 3월 이첩한 '윤중천 보고서' 허위 작성 사건

18일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는 “지난주 이규원 검사 사건에 ‘2021년 공제 3호’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7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로부터 사건을 이첩한 이후 2개월가량 만이다. 공수처 1~2호 사건은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의 채용비리 의혹이다.

이 검사는 2018년부터 2019년 초까지 법무부 검찰과거사위 실무기구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서 근무하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공여자인 윤중천씨와 면담한 뒤 허위로 면담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를 받는다. 또한 보고서 내용을 일부 언론에 유출해 보도하게 한 혐의(피의사실공표)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검사의 변호인인 문상식 변호사는 이에 대한 중앙일보의 인터뷰 요청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진욱, 지난달 “우리가 수사할 것”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6일 검사(평검사·부장검사) 13명을 채용한 직후부터 이 검사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내비쳐왔다. 같은 달 19일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이 검사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제 의견대로 결정되는 건 아니고 검사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23일에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과 면담하며 “여기서 (수사를) 하려고 한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 의원에 따르면 김 처장은 “공수처 검사들이 임용된 상황에서 우리가 이 사건을 검찰로 돌려보내면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처장은 앞서 3월 12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로부터 이첩받은 이규원 검사의 불법 출국금지 혐의 사건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 혐의 사건 등을 “검사와 수사관 선발이 채 완료되지 않았다”며 검찰로 재이첩했다. 수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데도 사건을 가지고만 있으면 수사 공백이 초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김 처장은 밝혔다. 같은 달 3일 이첩받은 이후 9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반면 윤중천 보고서 허위 작성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 결정은 2개월가량 만에 이뤄져 법조계에선 뒷말이 나온다. 빨리 재이첩을 하든지 직접 수사를 하든지 결정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초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에선 “공수처가 사건을 뭉개며 수사를 방해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처장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수사 공백이 초래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고 한 언급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년 10월 28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스1

2020년 10월 28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뉴스1

김진욱, 1호 기록 막기 위해 시간 끌었나 

법조계에선 “김 처장이 이 검사 사건을 직접 수사하려고 하면서도 이 검사 사건이 역사적인 ‘공수처 1호 사건’으로 기록되는 걸 꺼려 뜸을 들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김 처장과 가까운 한 변호사는 “김 처장은 주요 견제 대상인 검찰로부터 떠밀리듯 맡게 된 사건을 1호 사건으로 기록하는 게 싫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호 사건인 조 교육감의 채용비리 의혹은 감사원이 경찰에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닌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해 가져왔다.

한편 공수처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는 이날 검사와 수사관 등 20여 명을 보내 조 교육감의 근무지인 서울시교육청을 압수수색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채용을 요구한 해직 교사 5명을 부당하게 정교사로 특별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교육감은 입장문을 내고 “서울시교육청은 공수처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공수처가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법에 근거한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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