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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고기 굽다 생긴 물집, 터뜨리지 말고 소독약 바른 뒤 싸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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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캠핑 위한 건강 수칙 본격적인 캠핑 시즌이다. 캠핑은 숲을 병풍 삼아 피톤치드와 새소리, 물소리로 오감을 만족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자칫 조금만 부주의하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캠핑이 힐링이 아닌 건강을 망치는 ‘킬링’이 될 수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접수된 캠핑 안전사고는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등 물리적 충격으로 인한 사고(47.7%)가 가장 잦았고, 화상과 일산화탄소 중독 등 불 사용으로 인한 사고(30.8%)도 뒤따랐다. 캠핑 시 상황별 건강 수칙을 알아본다.

골절 - 부목 대 다친 부위 고정

텐트를 고정하기 위해 설치한 말뚝과 스트링에 걸려 심하게 넘어지는 사고가 적지 않다. 만약 골절이 의심되면 손상 부위를 차갑게 유지하면서 부목을 대 고정한다. 부목은 나무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보이는 단단한 물건이면 가능하다. 팔을 다쳤을 땐 신문지를 여러 겹 말아 사용해도 부목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조치는 환자의 통증을 줄이면서 병원에 이송되는 동안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단, 손상 부위를 가능한 한 움직이지 않은 상태로 진행하는 게 안전할 수 있다. 비의료인이 이탈한 뼈를 원상태로 돌리려 애쓰다간 뼈 주위의 근육·혈관을 더 손상할 수 있어서다. 넘어지면서 발을 접질렸다면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게 회복의 지름길이다. 무거운 캠핑 장비를 들 땐 허리만 굽히지 말고 무릎까지 굽혀 앉았다가 들어올려야 허리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화상 - 물집 놓아둔 채 열 식혀야

야외에서 요리할 때 불에 달궈진 그릴, 프라이팬의 고기 기름에 손을 데거나 모닥불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고기를 구울 땐 장갑을 끼고, 모닥불을 피울 땐 바람막이를 설치해 불길의 방향을 제어한다. 화상을 입으면 우선 찬물이나 얼음 주머니, 찬 음료 캔 등으로 화상 부위의 열을 30분 이상 식혀야 한다. 캠핑장에서 일어나는 화상은 물집이 없는 1도 화상, 물집이 생긴 2도 화상이 대부분이다. 물집은 화상의 상처를 일시적으로 보호해 천연 드레싱의 역할을 하는 표피다. 물집을 인위적으로 터뜨리면 상처 부위가 감염될 수 있다. 물집을 터뜨리지 말고 소독약을 바른 다음, 거즈·붕대나 깨끗한 수건으로 화상 부위를 두텁게 감싼 후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는다.

CO중독 - 텐트 내 화로 사용 금물

밤의 한기와 벌레를 피해 텐트 내에서 미니 화로로 고기를 굽거나 기름 난로를 땠다간 일산화탄소(CO) 중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로, 폐에서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달라붙는다. 이 때문에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이 상실돼 질식 상태에 빠진다. 밀폐된 공간에서 숯불을 피우면 5분 안에 정신을 잃을 정도로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급증할 수 있다. 텐트 내에서 불 사용을 금해야 하며, 캠핑카 내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해 요리할 때도 창문·출입문을 열어둔다. 잘 때는 난로 대신 핫팩을 여러 개 사용하고 두꺼운 외투를 한 벌 입는 것보다 가벼운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게 보온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식중독 - 고기는 아이스박스에 보관

캠핑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가 고기다. 고기의 부패는 식중독과 직결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캠핑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9명은 고기 등 식재료를 집 근처 마트에서 사 캠핑장까지 1~3시간 이동했다. 또 193명은 고기 구매 후 캠핑장까지 이동할 때 아이스박스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 연구에 따르면 43도의 차 트렁크에 고기를 아이스박스 없이 방치했더니

4시간이 지나 균이 빠르게 증식했고 6시간 후 500만Cfu/g으로 ‘부패 초기’ 단계에 도달했다. 반면, 아이스박스의 20%에 아이스팩을 채우고 4~10도로 보관하면 24시간이 지나도 세균 수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축·수산물은 사자마자 아이스박스 등 보랭 용기에 보관한다. 고기는 가급적 중심부까지 익히고, 육즙의 교차오염을 막기 위해 고기용 집게를 다른 조리에 사용하지 않는다.

귓속벌레 - 오일·알코올 부어 제거

캠핑의 불청객이 벌레다. 간혹 벌레가 귀 깊이 들어갈 수 있는데, 벌레가 자꾸 움직여 고막을 자극하고 외이도를 손상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귀 안으로 불빛을 비추거나 면봉을 넣는 건 벌레가 더 깊숙이 피할 수 있으므로 금한다. 생리식염수나 올리브유, 베이비오일 같은 식물성 오일을 귀에 떨어뜨려 벌레를 질식시키고 떠오르게 해 제거할 수 있다. 이런 용액이 없으면 소독용 알코올을 부어 일단 벌레부터 죽인다. 이렇게 해서 통증이 없어진 채 병원에 가 벌레를 제거한다. 벌에 쏘이면 신용카드처럼 얇고 평평한 물건을 이용해 쏘인 부위를 밀면서 벌침을 뽑아낸 뒤 얼음찜질을 하자. 벌에 쏘이면 가려움·부기·통증 등이 나타났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증상이 줄어들지 않거나 말벌에 쏘인 경우, 입안을 쏘였거나 어지러움·현기증·두드러기나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양원석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조용일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성은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영구 연세스타피부과의원 대표원장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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