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일 송영길 대표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했다고 6일 더불어민주당이 밝혔다. 송 대표가 대표로 선출된 지 이틀 만이다. 오찬에는 문 대통령과 송 대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등 네 사람이 참석해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고 한다.
대표 선출 이틀 뒤 오찬 자리 #정권 말 당·청 관계 재정립 신호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선거(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때 있었던 모든 일들은 모두 깨끗이 다 잊어주시고 화합해 원팀으로 당을 잘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송 대표 역시 “(문재인 캠프) 선대본부장까지 맡았는데 날 왜 비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겪은 고충을 언급했다고 한다.
오찬은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마련됐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당이 송 대표를 중심으로 화합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고, 송 대표는 ‘책임지고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 1년 동안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고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송 대표가 2017년 대선에서 총괄선대본부장으로서 화합의 리더십으로 원팀을 이뤄낸 역량이 있는 분인 만큼 앞으로 민주당을 화합으로 잘 운영해 갈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송 대표도 “부동산과 백신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당정이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올바른 방향이다. 같이 힘을 합쳐 대처해 나가자”고 답했다는 게 고 수석대변인의 설명이다. ‘부동산과 백신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송 대표의 발언을 두고는 “검찰개혁 등 당내 분란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은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당내에서 나온다. 지난 3일 문 대통령과 송 대표 사이에 이뤄진 통화 내용도 큰 줄기는 비슷했다.
두 사람은 6일에도 울산에서 조우했다. 울산시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보고’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신임 송 대표에게 힘을 싣고 있는 건 정권 말 지지율 하락으로 당·청 관계 재정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까지 당·청 관계는 청와대가 정부와 미리 협의해 당에 지시·통보하는 식이었다. 이에 대한 내부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대통령제 국가에서 당이 정책을 온전히 주도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전하는 불만에 대해선 관심을 갖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