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가 버린 플라스틱 맞아?…“천연가스 추출하고 수소 만든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발 폐플라스틱 수입·사용 금지 여파로 폐플라스틱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의 한 자원순환센터의 모습. [뉴스1]

중국발 폐플라스틱 수입·사용 금지 여파로 폐플라스틱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의 한 자원순환센터의 모습. [뉴스1]

'버려진 페트병을 모아 가방이나 운동화를 만들고 천연가스를 뽑거나 수소를 만든다.' 

쓰레기로 버려진 폐 페트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찾아낸 방안이다. 특히 중국이 폐플라스틱의 수입을 금지하면서 국내서 버려진 플라스틱은 국내서 처리해야 한다. 이에따라 국내 석유화학·중공업계에서는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다양한 대응책과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폐플라스틱에서 섬유를 뽑는 방식은 더욱 진일보했고 최근엔 재생 에너지원을 추출하는 기술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6일 석유화학·중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사태에 크게 세가지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플라스틱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물리적 처리 과정을 거쳐 의류 등 생활용품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투명 폐페트(PET)병을 재활용한 ‘리젠’ 섬유를 내놓고 있는 효성그룹과 프로젝트 LOOP를 통해 가방·운동화를 만들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아예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것이다. 피엘에이(PLA)와 피비에이티(PBAT) 등 자연에서 썪는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에는 LG화학·SK케미칼·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적극 나서고 있다.

SK종합화학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공정. [사진 SK종합화학]

SK종합화학의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공정. [사진 SK종합화학]

최근 가장 주목 받는 제3의 기술은 폐플라스틱에서 화학적 공정을 통해 원재료나 에너지원을 뽑아내는 것이다. 폐플라스틱을 무산소 조건에서 300~500℃로 가열해 분해한 뒤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납사(나프타)와 천연가스(NG)를 뽑아내는 기술이다.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인 SK종합화학은 올 초 미국의 열분해 전문 업체인 브라이트마크(Brightmark)와 손잡았다. 브라이트마크는 폐플라스틱에서 재생 연료와 천연가스를 뽑아낼 수 있는 원천 기술이 있는 기업이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제조 기술을 역방향으로 하는 것인데 말처럼 쉽지는 않다.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열분해 유의 불순물을 제거해야만 제대로 된 재생 연료와 천연가스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불순물 저감 등 기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역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열분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2월 대전 유성구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 직접 방문해 열분해 시제품 생산 설비를 둘러보고, 연구개발(R&D) 동향을 살폈다.

수소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갔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수소 생산 기술이다. 이를 위해 폐플라스틱 연속식 열분해 전문기업인 리보테크와 업무협약(MOU)을 최근 체결했다. 리보테크는 폐플라스틱을 연속식으로 열분해해서 가스를 생산하고, 두산중공업은 이 가스를 수소로 바꾸는 핵심 설비(개질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연속식 열분해 공정은 원료를 계속 넣으면 가스를 연속으로 생산할 수 있어 처리 규모를 늘리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수소 생산 공정.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수소 생산 공정.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경북 문경에 위치한 리보테크에 설치할 예정이다. 폐플라스틱에서 하루 3t 이상의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우선 상용화할 예정이다. 송용진 두산중공업 부사장은 “매년 국내에서 8백만t 이상의 폐플라스틱이 배출되는데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4백만t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며 “폐플라스틱 수소화로 자원 순환뿐만 아니라 추후 연료 전지와 수소 가스 터빈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폐플라스틱 수입·사용 금지=전 세계 폐플라스틱의 46%를 수입하던 중국은 ‘플라스틱 오염 관리 강화’ 정책에 따라 2018년부터 수입을 금지했다. 올 1월부터는 중국의 각 성에서 음식 용기 등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제도가 시행돼 전 세계 석유화학업계가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처리 방안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