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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코로나 생활고, 서민들 통장부터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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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시중은행에서 중도 해지된 정기 예·적금 통장이 843만 개로 2016년 이후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00만 개 넘게 증가했다. 정기 예·적금을 중도 해지하면 만기를 채웠을 때 약속받았던 이자를 다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해지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고와 저금리 속 부동산·주식 시장 과열 등에 따른 ‘머니 무브’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해지된 예·적금 843만개 #주식 급등 ‘벼락거지’ 심리도 작용

5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중도 해지된 정기 예·적금 통장 개수는 843만1537개였다. 전년 대비 14.2%(105만643개) 늘었다. 예·적금 통장의 해지 건수는 2016년(561만389건) 이후 매년 증가 추세다. 2017년에는 628만1318건, 2018년에는 681만5744건이었다. 다만 지난해는 증가 폭이 예년(2018년 8.5%, 2019년 8.2%)보다 컸다.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중도해지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기 예·적금은 중도에 해지하면 불이익이 크다. 만기 시 약속받았던 이자의 10~80%밖에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예·적금을 깬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자금 부족과 자산 가격 급등 속 더 나은 수익률을 좇아 자금이 움직인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은행 예·적금 해지는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한 지난해 3월(전년 대비 43% 증가)부터 급증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4월 직장인 57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급여 손실을 본 직장인 중 16.8%가 예·적금을 해지해 생활비를 충당한다고 답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자산 가격은 급등하는 데 비해 뒷걸음질치는 예금 금리도 예·적금 해지를 부추기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30% 이상 급등했고, 암호화폐 가격이 치솟으며 투자금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지난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연 금리는 1.04%로 전년(1.74%)보다 내려갔다. 같은 기간 적금 금리도 연 1.93%에서 1.44%로 하락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연 0.83%, 정기적금은 연 1.15%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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