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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선물로 주식…부모들 ‘투자 조기교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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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학부모 박모(38)씨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자녀 명의의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어린이날을 맞아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기 위해서다. 박씨는 “1년여 동안 ‘벼락거지’가 돼보니 자식에겐 꼭 투자를 가르쳐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세뱃돈으로 주식을 사줬다는 지인 말을 흘려들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주식·집값 상승에 소외된 경험탓 #작년 미성년자 계좌 47만개 개설

금융·부동산 자산 상승으로 촉발된 투자 열풍으로 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산 가격 급상승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한 부모들이 앞다퉈 자녀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나서고 있다. 투자나 재테크 공부를 일찍 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식은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 새로 만들어진 미성년자 명의 계좌는 1만3242개였는데 1년이 지난 올 1월엔 9만8044개로 늘었다. 지난해 1년 동안 새로 만든 미성년자 계좌는 47만여개로, 2015년부터 5년간 신규 계좌 개설 건수보다 많다.

금융 교육에 신중했던 학교 현장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남모(35)씨는 “예전에는 강사를 불러 금융 교육을 한다고 하면 ‘아이들한테 돈 얘기한다’고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요즘은 학부모들이 먼저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달라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미라 청소년 금융교육협의회 전문강사는 “주식을 부모가 골라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가 평소에 즐겨 쓰는 제품의 회사를 직접 고르게 하는 것도 좋은 교육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고른 주식에 대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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