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기소는 그전에…김오수가 맡을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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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뉴스1

4일 오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뉴스1

김오수(58·사법연수원 20기)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검찰이 진행 중인 ‘살아있는 권력’ 수사의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 절차에 최소 2~3주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남관(56·24기) 총장 대행이 어떤 사건을 마무리 짓고 어떤 사건을 넘겨주느냐가 주요 변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대행이 10일 수사심의위가 예정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기소 여부는 매듭짓겠지만 월성 원전을 포함한 중요 사건 대부분은 김 후보자에게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사건 처리가 김오수 체제 검찰의 중립성·독립성을 평가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의미다.

조 대행으로선 막판까지 총장 자리를 두고 김 후보자와 경쟁하다가 패배한 처지라 김오수 체제가 출범하면 대검 차장검사에서 물러나 다른 자리로 옮길 확률이 높다. 후속 인사 폭에 따라선 검찰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임식 때까지 가급적 조용히 처신하려 한다는 것이다.

檢 유시민 기소에 文, 서둘러 김오수 지명했나

문재인 정부 말기 차기 대선 정국으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여권의 대(對) 검찰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점도 조 대행 운신의 폭을 좁힌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총장으로 누구를 지명할지 고심하던 중 3일 서울서부지검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전격 기소하자 당일 서둘러 ‘믿을맨’인 김오수를 지명했다”는 뒷말도 흘러나왔다. 검찰이 정권을 계속 겨냥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문 대통령의 결심을 굳히게 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2021년 5월 3일 『[단독]사과한 유시민, 결국 '한동훈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참고)

다만 조 대행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기소 만큼은 처리하고 떠나리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 지검장과 수원지검 수사팀의 요청에 따라 수사 계속 및 기소 여부를 놓고 수사심의위 개최를 결정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수사팀과 조 대행 모두 불구속 기소로 의견을 모은 상황에서 외부 심사를 받기로 했기 때문에 수사심의위가 기소 결론을 내릴 경우 바로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조 대행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기소 여부를 포함해 불법 출금 사건 전체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 이 비서관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이규원 사건 당시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 본부장 사이를 조율하는 등 불법 출금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김오수 후보자도 2019년 3월 출금 당일 법무부 차관으로서 차 본부장의 보고를 받고 승인했다는 의혹으로 최근 서면 조사를 받았다. 조 대행이 수사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김 후보자가 취임 후 ‘셀프 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검사윤리강령에 따라 사건을 회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4월 29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4월 29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월성원전, 김오수 검찰 중립성 시험대 되나

김 후보자가 넘겨받을 사건 중에는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이 가장 크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이후 두 달 넘게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수차례 소환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을 감사원 감사자료 파기(감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긴 뒤 본안인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처리가 통째로 남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변필건)가 수사 중인 ‘청와대발 기획 사정’ 의혹 사건도 규모가 상당하다. 이 사건은 이규원 검사와 관련된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작성, 명예훼손 등의 혐의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된 뒤 공수처가 한 달 넘게 직접 수사할지 혹은 검찰에 재이첩할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중앙지검은 “공수처가 사건을 붙잡고 뭉개고 있어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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