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북정책을 발표한 미국의 한·미·일 공조 복원 압력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 북한을 본격적으로 상대하려면 3국 공조 강화를 더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 외교회담 발표 미묘한 차이 #미, 북핵보다 한·미·일 공조 방점 #미국은 북핵담당 배석 안 시키고 #한국, 미국담당 대신 일본담당 참석
미국은 지난 3일(현지시간) 런던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를 계기로 한·미 및 미·일 외교장관회담을 연이어 했다. 그런데 국무부의 양 회담 결과 발표문을 보면 이 같은 미국의 의지가 담겼다.
국무부의 미·일 회담 발표문에 담긴 북한 관련 내용은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 공유 ▶한·미·일 3각 협력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의지 재확인 ▶미 국무장관의 (북한 내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 의지 표명 등이다. 그런데 한·미 회담 발표문엔 ‘북한’이란 단어는 아예 없었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3각 협력을 비롯한 공통된 안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돼 있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강조하고 싶은 포인트인 것이다. 이날 한·미 회담의 배석자 구성에서도 미국의 속내는 드러난다.
미국 측에서는 마크 내퍼 동아시아·태평양(동아태)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배석했다. 국무부 내 북핵 협상 업무를 맡는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공석인 가운데 사실상 한반도 문제를 담당하는 한국계 정 박 동아태 부차관보는 동석하지 않았다.
한국 측 배석자를 보면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외에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이례적으로 배석했다. 한·미 회담에서 일본 담당 국장이 배석하고 미국 담당 국장은 빠진 생경한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이번 런던 회의 기간 중 한·미·일 회담에 이어 정의용 장관 취임 이후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 역시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 장관은 지난 3일 한·일 회담 개최 사실을 공개했다.
정부는 미국의 한·미·일 공조 강화 움직임에 적절히 호응하면서도 여전히 방점은 북핵 협의에 찍고 있는 모양새다. 한·미 회담 뒤 외교부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국무부와는 달리 북핵 문제와 관련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긴 반면 ‘한·미·일 협력’은 아예 빠졌다.
외교부는 “블링컨 장관이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공유했으며, 정 장관도 검토 결과가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했다”며 “양 장관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해서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의 주된 관심사가 서로 달랐던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